“글로벌 신용카드, ‘가상자산 리워드’적립 전쟁 개시”

WSJ, “결제금액의 4%를 비트코인으로 환급…코인베이스·제미니 등 앞다퉈 출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신용카드를 매개로 금융 주류에 점점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비트코인 신용카드’를 앞다퉈 출시하며 금융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신용카드로 일상적인 소비를 하면, 포인트나 마일리지 대신 사용금액의 ‘최대 4%’를 비트코인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는 이제는 투자 자산으로까지 보상 수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 카드를 올 가을부터 발급할 예정이다. 이 카드를 신청하려면, 코인베이스의 프리미엄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제미나이와 크립토닷컴도 유사한 혜택의 카드를 선보였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 신용카드의 보상은 고객의 거래소 계정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신용카드의 현금 환급(캐시 백)과 달리, 가상화폐는 시세가 심하게 변동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높은 이자율과 부채 증가 같은 기존 신용카드 위험 외에 추가적인 리스크를 동반한다.

이러한 ‘위험’과 ‘잠재적인 수익’은 오히려 일부 사용자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WSJ은 밝혔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약 1억 3886만 원)를 상회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비트코인의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신용카드는 여전히 틈새시장이지만 그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의회도 가상화폐가 주류 금융 시스템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법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뉴욕에 거주하며 심장 전문의 연수를 받고 있는 30세의 사힐 자베리 씨는 가상화폐 신용카드의 ‘장점’만을 보고 있다고 WSJ에 밝혔다. 그는 제미나이 신용카드에 가입했으며, 거래 후 보상이 바로 카드 계좌에 적립되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20만 달러(약 2억 7772만 원)까지 오르면? 내 보상은 이미 두 배로 늘어난 거다. 아무것도 안 하고”.

하지만 미국 금융개혁협회 마크 헤이스 부국장은 소비자들이 가상화폐 신용카드의 약관을 정확히 이해하고 보안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보상이 지급됐을 때, 그 지갑 제공자는 누구인가? 도난당하면 누가 책임지나?”.

코인베이스는 지금까지 고객 지갑에서 해킹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한 적은 없으며, 카드 보상은 고객의 코인베이스 계정으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제미나이 역시, 보상은 자사 지갑에 저장되며 이 지갑은 거래소의 다른 가상화폐와 동일한 보안 통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부 베테랑들은 여전히 이러한 ‘가상화폐 보상 카드’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가상화폐의 핵심 가치는 ‘프라이버시’와 ‘자유주의’. 그런데, 신용카드는 본질적으로 사용자 정보를 여러 기업에 공유하기 때문이다. 리퍼블릭의 가상화폐 투자 부문 대표 그레이엄 프리드먼은 “내가 2012년에 비트코인을 시작한 이유는 프라이버시, 자유주의 같은 가치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용카드는 그와는 완전히 반대 방향이다”라고 WSJ에 말했다.

그는 출장이 잦기 때문에 마일리지와 좌석 업그레이드 혜택이 있는 항공사 신용카드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그냥 내 돈으로 자산을 사면 되잖나”.

그러나 많은 가상화폐 열성 팬들에게는 ‘일상 소비만으로도 디지털 자산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자베리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제미나이 카드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 신용카드들은 일종의 ‘미끼’다. 그런데 좋은 미끼다. 일단 발을 들이면, 거기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갈 수 있으니까”.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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