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윤석열 전 정권처럼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과학기술 연구개발(R&D)예산을 삭감해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국립보건원을 통해 연구자들에게 지급되는 수십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취소 또는 동결했다.
앞서 한국에서는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2024년 과학기술 관련 예산을 줄인 바 있다. 당시 한국의 관련 예산에 대한 실질 삭감비율은 3분의 1에 달했다.
미국에서 학술 의료 센터 및 기타 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은 대폭 축소됐다. 트럼프 정부는 또한 미국 정부 효율성 부서(DOGE)를 통해 독립된 연방 기관인 국립과학재단에서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하려 했다. 외국 출신 유학생 수백명의 비자는 취소됐다.
이미 미국 전역의 연구소는 직원을 해고하고 프로젝트를 취소하기 시작했다. 진행 중이던 임상시험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하버드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은 인력채용 동결을 발표했다.
이에대해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과학정책으로 장기적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과학 연구, 특히 민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연구에 대한 공공 투자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세금 사용 방식”이라며 “연구비 1달러당 약 5달러의 직접적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트럼프 정권의 이같은 과학기술정책은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일이며, 장기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최근 비판하고 나섰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고, 연방 공무원 감축노력은 실업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그러나 행정부의 정책 중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많은 경제학자들은, 과학 연구에 대한 연방 지원 삭감을 지적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인공지능(AI)과 같은 신흥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인 전체를 더 가난하고 덜 건강하며 덜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 정부를 통한 과학 연구 투자로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 덕분에 구글, 인터넷, 중합효소 연쇄반응기술(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유전 과학의 기초가 되는 디엔에이 복제 과정) 등이 탄생, 미국 경제의 성장과 국민 생활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과거엔 사소하게 보였던 연구가 나중에 큰 성과를 낸 사례처럼, 과학 연구는 장기적 안목과 꾸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과학기술예산 삭감에 대해 ‘효율성 증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보조금을 동결하고 환급률을 낮추려는 행정부의 움직임은 과학 전반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대한 연방 투자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반영한다"고 NYT에,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구 리스크의 회피와 글로벌 인재 유입의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연구 개발 시스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정부가 비행, 통신, 원자 무기 분야의 발전을 위해 대학과 민간 기업에 자금을 쏟아 부은데서 비롯됐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연방 정부는 냉전 및 우주 경쟁과 관련된 프로젝트와 기초 과학 및 의학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이들 연구는 현대 경제의 중심이 되는 많은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 인터넷은 국방부의 지원을 받은 대학 컴퓨터 네트워크로 시작됐다. 구글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대학원생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돼,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사실상 모든 현대 의학은 미국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연구에 어느 정도라도 의존하고 있다. 상업적 농업도 마찬가지였다.
NYT에 따르면, 이러한 발견은 총체적으로 20세기 미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됐다. 최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연구 개발에 대한 정부 투자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생산성 향상 원인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해 경제 성장을 상당한 수준으로 촉진시켰다고 NYT는 지적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