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선택약정 할인율 25% 상향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인하방안을 22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산업계에선 정부주도의 강제적 요금인하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사자인 이동통신 3사는 미래부의 방안이 애플의 배만 불리는 역차별적 발상이며, 기업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업계는 미래부가 20%인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강행할 경우 대한민국헌법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선택약정 할인율 조정으로 통신요금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으며, 애플의 이득을 국내 이통사가 떠안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선택약정이란 고객이 이통사에 가입할 때 단말기보조금 대신 통신요금을 할인 받는 제도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이 법 제6조에 의하면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돼있다. 중고단말이나 자급제 단말을 쓰는 고객의 경우 지원금혜택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됐으며, 1년이나 2년 단위로 약정하면 월 요금의 20%를 할인 받는다.
이에 따라 아이폰 이용자들은 90% 이상이 요금할인에 가입할 정도로 큰 혜택을 봤다. 애플은 이통사와 단말기 지원금을 공동부담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와 다르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상향하면 결국 애플 아이폰 판매를 장려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이통사들이 애플에 단말기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현행법상 33만 원 이상 지급하지 못하는 단말기 지원금과도 형평성이 어긋나게 된다. 선택약적 할인율이 25%로 높아지면, 이통사들이 신규 단말기에 지원하는 10~20만 원보다 혜택이 커져 이용자들의 선택이 몰리게 된다. 요금할인 부담은 이통사들이 100% 부담을 떠안고 있어 실적에 직격탄을 맞는다. 소비여력이 낮은 이용자보다 고가폰을 쓰는 고객이 혜택을 더 많이 보게 되며, 그만큼 이통사들의 매출은 하락하게 된다.
실제 지난 2015년 20% 요금할인 도입으로 이통3사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동반 하락했다.
이통사 매출이 하락할 경우 5G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투자 침체로 인한 청년 고용 및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택약정 할인율을 올리는 근거가 ‘꼼수’에 의한 발상이란 지적도 있다. 미래부는 단말기유통법 시행초기 12%였던 할인율을 2015년 4월 20%로 올렸다. 지난 정부의 통신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새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1만1000원 기본료 폐지’ 공략 실현을 위해 지난달 22일 국정기획위를 출범하고 주무부처인 미래부에 공약 이행 방안 마련을 거듭 주문했다. 이에 미래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기본료 폐지에 난색을 표하며 미래부 고시에 근거해 추진할 수 있는 요금할인제도에 주목, 할인율을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이통사들은 통신요금이나 요금할인 정도를 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정부가 민간기업에 과도한 규제를 강요한다는 입장이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사영기업의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는 헌법 제23조와 제126조를 근거로 한다.
미래부 고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미방위 입법조사관은 검토보고서에서 “정부가 요금할인율을 폭넓게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경우 지원금에 상응하는 혜택을 이용자에게 부여한다는 당초 법률 취지와 달리 요금할인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일각에서는 보니 미래부거 법적 근거가 미약하거나 아예 없는 방안을 들고나오면서,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보다는 국정위 압박을 통해 규제 권한을 늘리는 데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 할인은 단말기지원금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졌는데, 할인율을 번번이 올리는 것은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며 “선택약정 할인에 따른 혜택이 소비자보다는 애플 등 외국 기업 배를 불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역차별 등 심각한 정책오류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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