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마다 공개하는 대량 주식투자 기업 목록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을 가지고 투자 목록을 보는 국민 및 개인투자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작성된 탓이다.
19일 국민연금 NPS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 내 국내 주식 운용현황을 살펴보면,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7일 등록된 ‘2017년도 1분기 주식대량보유내역 공시’ 자료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시가총액 3위인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시총 1위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이 올 1월 공개한 2016년 4분기 기준 자료에서는 9.03%를 보유했다고 작성돼 있다. 이를 봤다면 당연히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과 올 1분기 사이에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목록에서 빠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등은 이전 자료에서도 여전히 목록에 올라가 있지 않다. 시가총액 3위와 22위 기업에 국민연금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읽히기 마련이다.
국민연금은 약 1760조 원의 국내 주식 시장에서 올 1분기 기준 112조 원을 투자해 6.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 투자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도 국민연금이 대량 투자하는 기업을 공시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자체 작성해 공시하는 대량 주식투자 기업 목록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국민연금이 주식 대량보유내역 공시 목록을 작성할 때 기준을 법령 해석과 기간 내 공시 유무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47조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업의 주식 5% 이상을 보유하거나, 1% 이상 변동되는 거래를 할 경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도록 돼있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공시 내역만을 취합해 주식 대량보유내역 공시 목록으로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해 전체 투자 기업이 아닌, 분기마다 투자지분 변동이 있는 기업들만 목록으로 만들어 공개하는 것이다. 현대차, LG전자처럼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투자하고 있더라도 분기 사이에 변동이 없다면 주식 대량보유내역 공시 목록에 빠지게 된다.
현대차와 LG전자의 1분기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이 지분 8.12%와 7.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처럼 주식 변동이 1% 미만인 기업도 최신 목록에서는 사라진다.
10% 이상 대규모 지분을 확보한 기업도 1분기 목록에는 하이트진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CJ오쇼핑, KCC, 농심, 엔씨소프트 등 27개 회사가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기준에 따라 주식 대량보유내역을 공시하고 투자기업 목록을 작성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로서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5% 이상 투자한 기업이 어디고, 얼마나 되는지는 일반인은 물론 관계자들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국민연금도 투자 기업 전체 목록은 만들지 않고 있다.
한편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등 국민들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재판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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