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한국특명전권대사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가 최근 12년간의 한국대사를 마치고 돌아가 쓴 책 내용이다. 이 책이 나오자마자 한국에서는 비판 일색이다. 제목에서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구절절 옳은 지적이다.
우리는 일본은 반성하지 않는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자성과 반성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아닌가 싶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7포 세대’로 비유했다. 취직,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꿈, 인간관계 즉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희망마저 상실한 세대라는 것이다. 가장 큰 현상으로 가혹한 경쟁사회를 예로 들었다. 대학의 수험전쟁, 취직난, 결혼난, 노후의 불안, OECD 안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남성이 학대받고 있는 사회 등등...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한국의 비현실적인 현실. 대학입시는 각 대학에서도 내신평가를 참고로 하여 면접과 논술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이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고등학교 3년간의 노력이 하루 만에 결정되는 웃지 못한 문제점. 따라서 고등학생은 아침에 2개의 도시락을 가지고 등교하고, 방과 후 밤 10시까지 도서관에 처박혀서 자습하고, 그 후에는 ‘학원’ 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현상.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허리가 휘는 비극.
그는 한국의 중산층 월수입이 300만원 정도인 데 자녀 학원비를 대고 나면 생활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었다. ‘가난한 노인공화국’의 지름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외수업 때문에 가정교사에게 월 100만원, 150만원을 지불해도 1과목에서 2과목 정도밖에 되지 않고, 유명교사라면 더 높은 과외비를 지불해야 한다. 학원비는 주 2~3회의 강의에 월 30~50만원 정도가 든다”.
대학 졸업 후 절벽 같은 취업난의 냉엄한 현실도 빠뜨리지 않았다.
“삼성 같은 회사의 취직경쟁률은 700:1에 달한다. 한국은 주요 재벌 10대 그룹의 총 매출이 GDP의 약 75%를 차지한다. 전체 일자리 중에 그러한 재벌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지나지 않는다. 2015년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9.2%로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대 졸업생이라도 취업률은 50%라고 한다. 취업할 수 없는 사람은 대학원, 해외유학을 가지면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은 비정규직 사원으로서 일할 수밖에 없다. 그 비율이 정규직 사원보다 훨씬 높다”
한국인의 허세와 체면을 중시하는 풍조에 대한 그의 비판은 낯부끄러운 단면이었다. 일류대학에 일류기업에서 일하지 않으면 결혼도 어렵고, 초호화결혼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신혼주택은 신랑 측이, 가재도구는 신부 측이 마련하는 것이 관행이고, 신혼주택이 없으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고, 신부 측의 가재도구나 지참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혼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는 지적은 흘러 넘길 일이 아니다. 징병제로 인한 남녀 역차별에 대한 시각은 색다른 시각이었다. 외교부 등 각종 공채시험에서 여성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는 징병제의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외교관은 물론 대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 가혹한 경쟁사회의 압력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제목만 보고 비아냥이라며 흥분할 일이 아니다. 고질적인 교육문제, 혈연지연사회, 양극화, 허세, 양성평등 허상 구구절절 반성문을 써야한다. 교육문제 만해도 그렇다. 선진국들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벤치마킹하면 될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결국 ‘교육마피아’들의 먹이사슬만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남이가”식의 현연과 지연 학연사회 역시 좀벌레 같은 병폐다. 이 나라는 오래전부터 특정 지역 아니면 사람대접을 못 받는 세상이 됐다. 국가의 모든 요직은 그들 것이나 다름없다. 또 특정지역은 ‘안배’로 포장하고... 정경유착으로 먹고살아온 기업의 요직 역시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인사풍조는 신정부 역시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조선의 붕당정치와 다를 바 없다. 또 아랍의 부호처럼 초호화판 허세 호텔결혼 풍조만큼은 바뀌어야 한다. 일본처럼 소박한 결혼식 문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임진왜란 후 유성룡선생은 발등을 송곳으로 찍는 심정으로 ‘징비록’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 7년 전쟁과 함께 인구 절반이 죽은 비극을 겪은 조선의 지식인은 곧바로 ‘사색당파’ 싸움으로 날을 샜다. 그리고 얼마 후 1910년 대한민국은 일본에 흡수되는 비극을 되풀이 했다.
무토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폄하하고, 한국인은 어린이 축구팀으로 비유하는 데 대해 인상 쓸 필요 없다. 지적은 성찰로 발전시키면 된다. 그의 입에서 “한국에서 살았던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이 나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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