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던 장동현 SK텔레콤 사장과 박정호 (주)SK 사장의 자리를 맞바꾼 SK그룹 인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친정체제를 강화하면서도 측근 인사들의 자존심을 지켜준 선택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장동현 사장은 그룹 인사가 있기 불과 2~3일 전까지만 해도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가 1년 남았고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에 한창인 상황에서 SK텔레콤의 대표 교체는 쉽게 예상되지 않았던 일이다.
장 사장의 경우 2014년 말 인사에서 세대교체 카드로 쓰이며 SK텔레콤 대표를 맡았을 때도 의외의 인사라는 시선을 받았다. 장 사장이 최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 사장과 자리를 맞바꾼 박 사장은 나란히 2018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가 최 회장의 친정제체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계열사 자금 횡령으로 수감됐다 특별사면 된 지 3년 차를 맞는 내년 본격 경영행보에 나서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1사2체제의 (주)SK와 대표이사, 사업총괄, 자회사(SK브로드밴드)로 엮인 SK텔레콤 경영 구조를 단일화시키는 조직개편을 위해 수장을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으로서는 장 사장과 박 사장에게 그룹 요직을 그대로 맡게 해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지시 사항을 더 빠르게 이행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SK C&C와 SK텔레콤은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ICT 사업의 핵심 계열사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컨트롤 타워와 캐시카우 계열사로의 자리 이동은 나란히 (주)SK와 SK텔레콤에서 경력을 쌓은 두 사람에게도 자존심이 크게 상하지 않는 인사”라고 말했다.
데이터뉴스 인맥연구소 리더스네트워크에 따르면 장 사장과 박 사장은 1963년생 53세 동갑내기다. 태어난 달만 박 사장이 5월로 장 사장보다 3개월 빠르다.
SK그룹 입사는 박 사장이 2년 빨랐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박 사장은 고려대 82학번(경영)으로 최 회장(79물리)의 3년 후배다. 1989년 선경에 입사해 SK CR지원팀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 SK C&C 대표, (주)SK 대표 등 SK그룹 핵심 요직을 거쳤다.
SK C&C 대표를 맡으며 그룹 ICT 전략 총책 역할을 했고, ICT 융합 사업으로 회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시켰다. 2014년 SK그룹 연말 인사에서 SK그룹 내 주력 계열사 최연소 CEO에 올랐으며, 그룹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인 SK C&C와 주식회사 SK의 합병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장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유공으로 입사했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은 1980년 인수돼 SK가 성장하는 데 큰 계기가 된 회사다. 1999년 그룹으로 옮겨 구조조정본부, 경영기획실, 인력관리실 등을 거치며 핵심 인사로 컸다. 2004년 임원 승진하며 SK텔레콤으로 이동했고, 경영, 전략, 마케팅 등 주요 부서를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SK텔레콤에서 임원으로만 12년 동안 재직했고, 지난해 초 대표이사에 올라 ‘생활가치 플랫폼’ 개발, ‘통합 미디어 플랫폼 진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플랫폼’ 등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CJ헬로비전 인수 시 그룹 내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인수가 무산되며 SK텔레콤으로 보직이동했다. SK브로드밴드 대표는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이 맡았다. 이 사장은 장 사장이나 박 사장보다 최 회장에 더 가까운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로써 주력 통신 계열사는 모두 최 회장 직속이나 다름없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사업총괄은 SK텔레콤 기획조정실과 전략기획실 출신인 조민래 전 코원에너지 사장처럼 최 회장의 개인사를 거의 다 알정도의 심복”이라고 귀띔했다.
최 회장 친정체제로 개편된 SK ICT 사업이 구글, 애플 등에 버금가는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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