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기영 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재계 총수 9인이 참석한 국정조사가 2차전을 예고하며 마무리됐다. 대가성 의혹 등에 대해서 명확한 해명은 오는 13일이 기한인 서면조사를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1차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1분까지 2시간씩 2번의 정회를 거쳐 1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재계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다.
청문회에서 집중 질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승마협회를 통해 정유라에게 35억원을 지원한 것에 대해 “부적절한 지원이었다고 알고 있다”라며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는 대담함에 놀랐고 이런 불합리한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국민연금에 이사장 등을 통해 영향력을 끼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한 부정을 표했다.
미래전략실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한 조직이라는 이유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도 총수 일가의 비선 실세라 할 수 있는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추진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래전략실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시절 ‘비서실’의 후신으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알려져 있다.
도종환 민주당의원도 “2015년 7월 17일을 삼성합병이 가결된 날이자, 최순실 비덱스포츠에 (37억원의)돈이 거래된 날”이라며 “미래전략실 해체할 거냐?”고 질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하겠다”라고 확답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출석한 재계 총수 중 최고령으로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주변의 우려를 받았다.
결국 정 회장은 오후 질의가 끝나고 정회 중인 6시 50분경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심장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제출했다.
정 회장은 이날 최순실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에 19억원 규모 일감을 몰아준 것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해명만을 했다.
오후질의에서 손혜원 의원은 정 회장에게 “경호원들과 시민 단체가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안다”라고 질의를 받았으나 “폭행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어 정회 중 청문회장을 나서면서 "바쁜 사람이 여기 와서…"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복역 중 특사 특혜 논란과 삼성과의 방산 사업 매각에 대해 질의를 받았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특사 논란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최 회장은 타 기업 총수들과 다르게 “최순실 측에서 독일쪽으로 돈을 보내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80억원 가량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고령을 이유로 김성태 특위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오후 8시40분쯤 조기 퇴장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주목할 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탈퇴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전경련을 탈퇴할)의사는 있다”라고 답했다.
결국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그간 쌓였던 의혹에 대해 명쾌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총수들은 대가성 의혹에 일관되게 부정하면서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고,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이달 13일까지 서면질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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