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2012년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된 후 2013년 사장, 2015년 말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2016년 고전을 겪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근근히 버텨왔던 영업이익은 부회장 승진 첫해 큰 폭의 하락세다.
LG디스플레이 매출은 한 부회장이 취임한 2012년 이후 5년 동안 늘어난 해보다 줄어든 때가 더 많았다. 올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디스플레이 공급과잉 영향으로 매출이 두 자릿수 비율로 떨어졌다. 직원수 감축 등 비용절감 노력에 따라 증가하던 영업이익도 올해는 70% 이상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LCD가 수익을 내야 미래 먹거리로 삼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직원수는 2011년 말 3만4803명에서 올 상반기 기준 3만2233명(정규직 기준)으로 7.4% 감소했다.
한 부회장 취임 첫해인 2012년 3만4657명으로 소폭 줄었고 2014년에는 3만2000명대로 떨어졌다. 파주와 구미 등 국내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큰 LG디스플레이가 업황 악화 속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일자리를 줄인 셈이다. 지난해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직원 감소로 2000억 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한 부회장 취임 전 1조5600억 원이던 총급여는 직원수가 줄었음에도 연차가 쌓이면서 지난해 2조1560억 원으로 38%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의 비용절감 노력은 시장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TV와 PC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8세대 LCD 패널 생산에 나서며 공급량을 늘리는 등 치킨게임이 벌어질 우려마저 제기된다. BOE는 지난 7월 8.5세대 TFT LCD 공장 건설을 마치며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했으며,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중국 업체들이 그간 한국 기업이 주도해왔던 50인치 이상 대형 LCD 생산량도 늘리고 있어 추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2년 초 한 부회장 취임 첫해 LG디스플레이 매출은 29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2% 늘었으나 2013년과 2014년에는 2년 연속 하락하며 26조 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28조 원대로 회복했으나 올 들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악화와 경쟁심화로 매출은 다시금 하락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취임과 동시에 흑자전환 했고 매년 증가하며 지난해 1조6000억 원까지 늘었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하락폭이 74%에 달할 정도로 급감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070억 원으로 전년 보다 1조1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LG디스플레이로선 LCD사업 수익이 곧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재원이 되는 만큼 실적 악화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2018년까지 10조 원을 들여 파주에 초대형 OLED 생산설비와 플렉서블 OLED 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김상돈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TO)는 “올해 올레드 투자비중이 50% 정도였다면 내년에는 70% 정도가 될 것”이라며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투자를 계획보다 늘리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2분기 판가하락, 공급과잉으로 올해 누적 실적이 좋지 못하다”며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높이고 OLED 생산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수 감소에 대해서는 “모듈 생산 부분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협력사로 이관함에 따라 인원이 줄어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실시했거나 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OLED 사업이 매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아직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7월 한 부회장은 파주공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쯤 가야 LCD와 OLED의 매출 균형이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부회장은 실적부진과 직원수 감소세 속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캐주얼 미팅을 비롯해 봉사활동, 야구장 관람, 간식 배달 등 구성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스킨십 경영에 힘쓰고 있다. 한 부회장은 취임 당시 직위가 부사장이었으나 2013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 연말 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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