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참패로 ‘고질적 후발 DNA’ 등의 수식어가 꼬리표로 붙어 있는 LG가 가상현실(VR) 시장에서도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1등 LG’에서 “신사업에서만은 1등을 하자”라며 강조한 1등 DNA가 현장에는 여전히 와닿지 않는 분위기다. VR 시장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신 산업으로, 우리 정부도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고 집중 육성하기로 한 분야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VR 헤드셋 판매량은 1800만대이고, 2020년에는 8100만대로 수요가 2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도 5년 안에 12조5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삼성 기어 VR 헤드셋이 올해 540만대 팔리며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삼성에 이어 오큘러스의 리프트, HTC의 바이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VR 헤드셋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소니의 올해 예상 판매량은 140만대 정도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구글의 데이드림뷰가 추후 본격 경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지난 2월 ‘360 VR’과 ‘360 캠’을 공개하며 뒤늦게 VR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에서 아직까지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다. 시장조사 기관의 판매량 집계 순위나 인기제품 리스트에서 LG라는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LG전자 관계자는 “VR 헤드셋 판매대수는 영업기밀로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LG전자는 G5를 중심으로 가상현실 사업 생태계 구축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G5는 시장에서 흥행에 참패했고 LG전자 MC사업본부는 5분기째 적자에 빠져있다.
G5의 실패로 VR 헤드셋도 뒷전으로 밀려나 추후 시장에서 힘든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뒤늦게 HE사업부가 독자적으로 VR 기기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용화 여부나 출시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은 단계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피쳐폰과 백색가전의 성과에 고무된 나머지 스마트폰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고 ‘회장님’폰이라 불리던 옵티머스 시리즈를 선보였지만 Q, Z, 시크, 원, 2X, 마하, 블랙, 3D, 빅 등등 차별점 없는 스마트폰을 피처폰 찍듯 쏟아내며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 또 옵티머스 마하의 배터리 폭발 등 잇단 결함이 발견되면서 소비자들사이에서는 ‘불량이 정상’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 ‘독한 LG’, ‘1등 LG’ DNA가 사업부 등 현장으로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계열사 임원 300여명에게 “2016년을 두 달 남짓 남긴 상황에서 각 사가 계획한 핵심 과제가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실행해 달라”며 혁신과 성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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