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현대홈쇼핑을 통해 동양매직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SK네트웍스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주며 고배를 마셨다. 다방면에서 사업 영역 확장을 모색하던 정 회장의 광폭행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NH·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시행한 동양매직 매각 본입찰에서 SK네트웍스가 6000억 원대의 인수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홈쇼핑은 SK네트웍스보다 약 1000억 원 적은 5000억 원대의 가격을 제시해 입찰에서 탈락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계열사를 통해 동양매직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현대홈쇼핑만 본입찰에 참여했다.
정 회장은 2년 전인 지난 2014년에도 동양매직 인수전에 참가 의향을 내비쳤다 본입찰에서 발을 뺀 경험이 있다. 이번이 사실상 두번째 도전인지라,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었다.
특히 백화점 시장에서 한계점을 느낀 정 회장이 최근 패션, 면세점 등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현대백화점그룹 내 렌탈 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렌탈케어와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동양매직 인수에 총력을 다 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6000억 원대의 인수 가격을 제시한 최신원 SK네트윅스 회장에게 동양매직을 넘겨줬다.
동양매직 인수 실패에 따라,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주도하던 정 회장의 광폭행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에 참여는 물론 5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SK네트웍스 패션사업을 통째로 인수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지난 2010년 경영 전면에 나서며 제시한 ‘열정 비전-2020(PASSION VISION-2020)'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사안들을 반드시 해결해 내야하는 상황이다. ’열정 비전-2020‘은 오는 2020년까지 현대백화점그룹을 연매출 20조 원, 영업이익 2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이 SK네트웍스 패션사업 인수할 경우, 기존에 인수한 패션 브랜드 '한섬'과의 시너지 효과를 토대로 업계 3위권에 진입은 물론 삼성물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 회장이 이렇듯 다양한 M&A를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여러 성공 사례들 덕분이다.
패션업계에 불황이 닥쳤던 지난 2012년 업계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감행했던 패션 브랜드 ‘한섬’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만 80억 원에 육박하는 등 인수 4년 만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또 서울 영등포구에 신축되는 대형복합시설 ‘파크윈(Parc1)'내에서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정 회장의 투자 안목과 추진력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금번 동양매직 인수 실패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신청과 SK네트웍스 패션브랜드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의 이러한 공격적인 움직임은 36의 나이로 최연소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이 10주년을 앞두고 경영 성과를 보여주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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