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 제2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연말 삼성이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을 부서장으로 승진시키며 외부에 던진 평가다.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리라는 고 사장에 대한 회사측의 기대가 그대로 묻어 있다.
고 사장이 무선사업부를 맡은 이후 삼성전자 IM부문은 실적 측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IM부문은 올 1분기 전년 보다 42% 늘어난 4조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2분기에는 4조3000억 원의 이익을 내며 2014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8조 원대의 어닝서프라이즈 원동력이 됐다.
3분기도 호조가 예상된다. 지난 2일(현지시각) 뉴욕 현지에서 고동진 사장이 취임 후 사실상 데뷔작으로 내 놓은 갤럭시노트7이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 사장에 대한 회사측의 기대가 차츰 현실화하면서, 고 사장의 회사내 인맥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게 된 고 사장은 1961년 서울 출생으로 경성고, 성균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에는 영국 서섹스대에서 기술정책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1년 삼성전자 개발관리과로 입사한 뒤 정보통신부문 연구소장을 거쳐 무선사업부에서 해외상품기획그룹장, 개발관리팀장, 기술전략팀장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갤럭시 성공신화를 이끈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는 물론 KNOX, 삼성페이 등 솔루션&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2014년에는 개발실장으로서 갤럭시S6, 노트5 등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선도했다. 스마트폰 기기에 대화면과 엣지를 적용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노트7에도 고 사장 주도하에 노트시리즈 최초로 양면 엣지가 적용됐다.
고 사장은 지난 연말 그간 신종균 IM부문 총괄사장이 겸직해왔던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모바일 사업의 운영 권한을 갖게 됐다.
취임 하자마자 그는 갤럭시S7의 출시를 LG나 화훼이보다 앞당기고 초기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유럽, 중국, 중동 등 스마트폰 주요 판매 현장을 직접 찾아 점검하기도 했다. 제품 판매가 개발, 마케팅 뿐 아니라 거래처와 파트너사들도 중요하다는 고 사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갤럭시S7은 시장에서 2600만대 이상이 팔리며 상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안드로이드 모델이 되며 상대적으로 흥행에 재미를 못 본 전작(S6)의 우려를 씻었다.
두 번째 출시작은 노트7.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 홍채인식 기술 적용을 위해 고 사장은 “3년 반을 투자했다”며 “애플과의 경쟁은 의식하지 않는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채인식은 눈동자만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로 보안성이 뛰어나다.
노트7의 또 다른 아이덴티티인 펜에도 방수·방진 기능을 탑재했다. 펜이 기기 한쪽에 수납되는 탓에 방수 기능 장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보기 좋게 깨트렸다. 이는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직후 스마트폰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호평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IM부문 호조세가 고 사장 혼자만의 성과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신종균 총괄사장이 무선사업부장을 겸직하며 진행한 중저가 스마트폰 효율화 작업이 수익성을 냈다는 것. 갤럭시J 시리즈는 인도와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그만큼 고 사장으로서는 무선사업부를 이끄는 리더십을 인정받기 위해 노트7의 흥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 사장의 시선이 당장 눈앞에만 멈춰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나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모두 아우르는 삼성 중심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고동진 사장이 노트7을 앞세운 스마트폰 흥행을 계속 이어나가 신종균 총괄사장의 그늘을 벗고 삼성전자 무선사업 제2의 도약을 이끌지 관심이 모아진다.
[데이터뉴스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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