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뇌 속에서 기억 형성 촉진과 억제 해소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여 장기기억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단백질이 밝혀졌다. 서울 대학교 자연대 생명과학부 신경생물학연구실의 강봉균 교수 팀은 ‘ApAF'라는 단백질의 이중적인 역할이 장기기억 형성과 향상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내었다.
책을 단 한 번 읽고도 세세한 내용까지 모두 오랫동안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번 이상은 읽어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왜 사람마다 그렇게 기억력에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그에 대한 신경과학자들의 한 가지 답변은 ‘뇌 속에는 기억 형성을 촉진하는 단백질과 기억 형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이 섞여 있고 사람마다 그 조절이 다르기 때문에 약한 자극에도 쉽게 기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강한 자극이 와야 겨우 기억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강봉균 교수 연구팀은 놀랍게도 ApAF가 장기기억 형성에 중요한 단백질인 C/EBP와도 붙고 장기기억 형성을 억제하는 대표 단백질인 CREB2와도 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ApAF는 서로 반대 성질의 두 가지 단백질과 붙어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연구팀은 신경 자극이 왔을 때 카이네이즈의 일종인 PKA가 ApAF를 인산화시키고 인산화된 ApAF가 C/EBP에 붙어서 장기기억 형성과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CREB2가 장기기억 형성을 억제하고자 할 때 이번에는 ApAF가 CREB2에 붙게 되고 CREB2의 기억 형성 억제작용을 막게 된다는 것을 밝혔다. CREB2가 장기기억 형성을 억제하지 못하니 자연히 장기기억 형성 작용이 강화되는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게 막는 단백질은 힘없게 만들어 버리고 기억을 형성시키고자 하는 단백질은 더욱 도와주는 셈이다. 그 동안 CREB1이나 C/EBP 등의 단백질이 기억을 오래가게 하는데 중요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으나 두 가지 이상의 역할로 장기 기억 형성에 기여하는 단백질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신경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기억의 메커니즘을 더 잘 설명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기억 촉진 약물 개발의 주요 대상으로서 ApAF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 교수 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9월11일자 세계적 세포생물학 귄위학술지인 The Journal of Cell Biology 지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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