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뱅 이어, 카뱅도 오늘 ‘스텔스 통장’ 출시…오픈뱅킹 조회 안 돼

레볼루트·N26 등 글로벌 인터넷은행들은 지금 ‘계좌 숨기기’ 경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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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뱅 이어, 카뱅도 오늘 ‘스텔스 통장’ 출시…오픈뱅킹 등에서 조회 안 돼

▲ 사진= 카카오뱅크



40대 남성 회사원 김모씨는 아내가 통합자산관리를 명분으로 오픈뱅킹 가입을 요구하자, 7년간 모은 주식 수익 1억원이 드러날까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국내외 인터넷은행들이 선보인 ‘스텔스 통장’을 활용하면 이 돈을 감출 수 있다. 이 계좌는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어카운트인포 등에서도 조회되지 않는다.

계좌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것이 ‘혁신’인 시대에, 거꾸로 계좌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통장이 국내외에서 새 금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9일 ‘스텔스 통장’을 출시했다.

이는 별도 금융상품이라기보다, 일반 입출금 계좌에 ‘조회 차단’ 기능을 더한 형태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투기에서 이름을 따온 스텔스 통장은, 배우자 몰래 비상금을 관리하는 용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해당 서비스는 별도의 고금리 예금상품을 만드는 대신, 기존 입출금 계좌에 ‘비노출’이라는 보안 기능을 추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케이뱅크가 계좌 자체를 숨기는 방식이라면, 카카오뱅크는 시간과 위치라는 조건을 결합해 접근을 통제한다는 차이가 있다.

카뱅 스텔스통장, ‘시간·장소’ 열쇠로 연다
카카오뱅크가 이날 선보인 스텔스통장은, 고객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계좌가 나타난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최대 3곳을 지정하면 해당 장소 반경 100m 안에서만 조회할 수 있고, 시간은 30분 단위로 설정한다. 집이나 회사에서만, 혹은 저녁 시간대에만 계좌를 열어보는 식이다.

외부로 이어지는 통로는 일부러 막았다. 카카오뱅크 앱 안에서도, 다른 예·적금, 대출, 카드, 투자 상품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체크카드 발급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출금도 되지 않는다. 오픈뱅킹·마이데이터·어카운트인포로도 조회할 수 없다. 

만 19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고, 기본금리는 연 1.19%다. 월급통장이나 생활비통장보다는 ‘따로 떼어 둘 돈’을 묵혀두는 용도에 가깝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사기 등으로 제3자가 계좌 정보에 접근하려는 상황에서 노출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안전금고형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케뱅 스텔스통장은 일반 계좌에 ‘숨김’ 스위치
이에 앞서 케이뱅크는 본인 명의 입출금 계좌를 숨기는 ‘계좌 숨기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앱의 ‘전체 → 인증/보안 → 계좌숨기기’에서 보안매체 비밀번호를 입력해 켜고 끈다. 이 계좌는 계좌이동서비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체·조회·계좌 인증에 제한이 생길 수 있고, 개설 후 약 5일이 지나야 설정할 수 있다. 이미 마이데이터에 등록한 계좌는 등록을 해제해야 완전히 숨겨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스텔스통장은 당초 2007년 등장한 ‘보안계좌’에서 비롯됐다. 인터넷뱅킹이 확산되던 시기에 보이스피싱을 막으려고, 온라인 조회를 차단하고 창구 거래만 허용한 상품이었다. 불편하지만, 비상금 통장 용도로 인기를 끌어 수십만명이 가입했다.

해외는 ‘눈 가림’에서 ‘도난 방어’로
해외 디지털은행의 숨김 기능은 국내와 결이 조금 다르다. 영국 인터넷전문은행 레볼루트는 통화계좌·포켓·저축 잔액을 메인 화면과 총자산 합계에서 빼놨다. 생체인증을 거쳐야 ‘숨김 계좌’ 폴더를 볼 수 있게 했다.  

이 은행이 지난해 12월 영국과 유럽경제지역(EEA)에 선보인 ‘스트리트 모드’는 카카오뱅크의 스텔스계좌와 비슷하다. 신뢰 장소를 벗어난 곳에서는, 정해둔 한도를 넘는 즉각 이체가 불가능하다. 추가 신원 확인과 함께 1시간 지연을 걸기 때문이다. 

고객 설정에 따라 지연 시간은 조정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빼앗기거나 협박을 당해 송금을 강요받는 이른바 ‘이체 강탈(Transfer Mugging)’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의 인터넷전문은행 엔(N)26은 2018년 웹 서비스를 내놓으며 ‘조심 모드(discreet mode)’를 도입했다. 카페나 지하철에서 잔액과 거래금액이 옆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기능이다. 스마트폰 근접센서 앞에서 손을 흔들어야 켤 수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앱에서 보고 싶지 않은 계좌를 표시 설정에서 숨길 수 있게 했다.

N26은 이와관련, “자산을 한눈에 보는 편리함과 반대로 일부 고객은 남에게, 심지어 자신에게조차 계좌를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흩어진 계좌를 모아 한눈에 보여주는 시대지만, ‘안 보이는 계좌’ 수요가 생각보다 크다. 일부 고객은 의외로, 타인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 잔액을 마주하지 않게 하려고 숨김 기능을 쓴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텔스 통장은 최근에는 금융사기 방어책으로도 재평가받고 있다. 스마트폰 분실, 스미싱, 보이스피싱 등으로 휴대폰의 제어권이 타인에게 넘어가더라도,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 조회망 등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계좌를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