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 엔트로픽 CEO 등 극소수는 수백조 원의 거부가 됐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그리고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등이 각각 △자발적 지분 기부, △50% 일회성 주식세, △보편적 자본 계좌 등 ‘공공 배당’ 방안을 경쟁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 공공배당 방안중 어떤 방식을 실행하더라도, 미국인의 실제 1인당 배당액은 연간 수백 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2026년 지난 5월 출시한 AI 투자 국민참여성장펀드 역시, 실질 수익은 미미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참여성장펀드처럼 정부 주도로 지난 2021년 3월 판매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자펀드 10개의 내부수익률(연환산수익률)이 평균 2.14%에 불과했다. 정부 재정 지원을 제외한 실제 자펀드 평균 수익률은 0.75%였고, 일부 자펀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공공 소유에 따른 규제 왜곡·경쟁 약화 위험도 있어 광범위한 주식 지수 투자 방식이 그나마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된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AI 혁명이 소수에게 전례 없는 부를 안겨주면서 그 이익을 어떻게 사회 전체에 돌려줄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 정계와 산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인 젠슨 황의 보유 지분 가치는 1750억 달러(약 265조 9125억 원)로 7년 새 50배나 불어났다.
앤트로픽은 최근 1조 달러(약 1519조 5000억 원)에 육박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펀딩 라운드는 이 회사 다리오 아모데이 CEO의 추정 재산을 두 배 이상 불렸다.
신흥 부자들이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대다수 미국인은 AI의 성과가 널리 공유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3명 중 1명 미만만이 이 기술이 일반 시민을 더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좌우파 포퓰리스트들이 이 해답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 6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옹호한 제안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AI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분을 공공 자산펀드(Public Wealth Fund)에 기여하고, 그 수익이 결국 가계로 돌아가게 하자는 구상이다. 트럼프는 “이는 거의 미국 대중과의 파트너십이 되는 것”이라며 “대중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좌파 성향인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AI 기업 가치에 대해 50%의 일회성 주식 세금을 부과해 미국인들에게 ‘직접적인 소유권 지분’을 주기를 원한다. 아모데이 역시 ‘보편적 자본 계좌(Universal Capital Accounts)’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러한 제안들은 AI가 막대한 부를 창출한다면, 대중도 이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포퓰리즘적 포장 아래에는 진지한 고민이 숨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이미 미국의 부는 상위 1%가 전체의 1/3을, 하위 50%가 전체의 2.5%만을 소유할 정도로 집중되어 있다. 만약 AI가 노동 대비 자본의 수익을 크게 높인다면 이러한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초지능이 구현된다면 많은 인간 노동이 불필요해질 것이고, 그 수익은 기계를 소유한 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같은 미래에, 대중에게 지분을 주는 것은 사려 깊은 조치처럼 보인다.
어떤 면에서 시민들은 이미 AI 성공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 이익에 과세한다. 이는 승자를 골라내거나 납세자를 손실 위험에 노출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AI 자산펀드에 대한 논의는 부분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 직접적인 소유권 지분은 AI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소수 기업이 경제 활동의 점점 더 큰 몫을 차지하는 미래에 대한 보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데는 현실적인 의문이 따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첫째, 자산을 어떻게 공공의 손에 넣을 것인가. 올트먼 CEO는 자발적 기부를 제안했으나, 그 방식이 까다롭다. 신주 발행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기존 투자자들이 반대할 수 있다. 지분을 희석하기 때문이다. 오픈AI의 경우 올트먼 본인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기부할 창업자 지분조차 없다.
AI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분 희석은 연기금과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타격을 줄 것이다. 자발적 기부는 유의미하거나 고통이 없거나, 이 둘 중 하나여야 한다. 만약 정부가 AI기업의 지분을 직접 매입한다면, 거품 낀 가치평가를 받는 부실기업에 납세자의 돈을 거는 꼴이 된다.
샌더스의 방식처럼 지분 이전을 강제하는 것은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재산 몰수와 다를 바 없다. 법적 분쟁을 초래하고 미래 성공에 대한 보상을 낮춰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다.
다음 질문은, 이 제도로 얼마나 모을 수 있느냐. 이코노미스트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업계에서 논의되는 1~5%의 중간치인 3%의 지분을 기부한다고 가정했다. 이 경우, 현재 가치로는 약 550억 달러(약 83조 5725억 원) 규모의 기금이 조성된다.
이 지분이 연 10%의 건강한 수익을 낸다면 10년 후 기금은 약 1400억 달러(약 212조 73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다. 기금의 영속성을 위해 연 4%를 배당한다면, 미국인 1인당 연간 20달러(약 3만 390원) 수준이다. 물론 AI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게 이 제도의 핵심 논리다.
설령 AI가 모든 것을 바꾸어 기업 가치가 10~20배 상승하고, 정부가 올바른 승자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미국인이 받는 연간 배당금은 수백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는 누구를 부자로 만들지는 못한다.
AI의 이익이 어디서 발생할지 불분명하므로, 업계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유세 옹호론자들이 제안한 것처럼 시장 가치의 0.2%를 연간 부과한다면, 현재 AI 연구소와 칩 제조업체, 클라우드 공급업체의 가치를 기준으로 연간 약 400억 달러(약 60조 7800억 원)를 모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AI 기업으로 정의할지, 아마존·구글·스페이스엑스의 사업 중 어느 정도를 AI로 볼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돌아오는 배당금은 많아야 1인당 연간 수백 달러일 것이다. 소소한 용돈은 될 수 있겠지만, 보편적 기본소득이나 대규모 고용 대체에 대한 의미 있는 보험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도 선택이 필요하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공공 서비스의 재원으로 쓰인다. 알래스카의 영구기금은 자원 수익을 투자해 주민에게 배당을 지급한다(오픈AI 등이 제안한 방식과 유사하다).
세 번째는 트럼프가 제안했던, 미국 어린이들을 위한 ‘트럼프 계좌’와 유사한 방식이다. 이는 정부가 종잣돈을 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리로 불려 대학이나 연금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좌파는 노르웨이 방식을 선호하겠지만, 트럼프는 나머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호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공공 소유권은 위험을 수반한다. 규제 기관과 주주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것. 정치인들은 공공이 소유한 기업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안전 규제를 부과하기를 꺼릴 수 있다. 오히려 부실 기업(과 그들의 기업 가치)을 떠받치려 할 수 있다. 이는 기득권을 강화하고 경쟁을 약화할 수 있다.
AI로 인한 수익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 전기가 세상을 바꿨지만, 전력회사 주식만 보유한 펀드가 최고의 투자처였던 것은 아니라는 것.
결론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특정 AI 기업이 아닌 광범위한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공공자산 펀드일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이 재원은 AI 이익에 대한 세금이나 AI 생태계 전반의 의무적인 지분 기여금으로 조달할 수 있다. 낙관론자들의 말이 맞다면, 언젠가는 대부분의 사업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비록 엄청난 수익이 나더라도, 몇 년 후에나 적절한 수준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국민이 받게 될 배당금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AI에 어떻게 과세할지, 어떻게 규제할지, 그리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어떻게 지원할지와 같은 더 어려운 숙제들은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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