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기 작가![▲홍은기 작가 [신간 미리보기] 그렇지만 물은 흘렀고 꽃도 폈다](/data/photos/cdn/20260105/art_1769664091.png)
길을 걷다 들꽃을 보고 숨 한번 고른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렇게 융해된 시간 속에 꽃이 피고 잎이 나고 열매가 맺었다.
중년의 남자는 쉼 없이 걸었던 그 길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홍은기 작가가 암과 사투하며 들과 산, 대지에서 만난 식물과의 ‘대화록’을 출간한다. 산문집 ‘그렇지만 물은 흘렀고 꽃도 폈다’다.
책은 ‘겨울, 나의 엄마처럼’, ‘봄’, ‘여름’, ‘가을’ 순으로 작가의 걸음을 따라 계절을 걷는다. 사투를 벌이는 시선, 그의 눈에 닿는 식물은 모두 찬란하게 빛을 낸다.
홍 작가는 화살나무나 쥐똥나무, 길가에 무심코 핀 민들레가 외치는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구린내 닭 오줌 냄새가 난다는 계요등, 맵시곱추밤나방에게 독이 든 성배라는 왕고들배기 등 주변의 풀과 꽃이 내뿜는 향기를 느낀다.
섬세한 표현 하나하나가 문장을 만들고, 그것은 스스로에게 삶의 의지가 된다. 이 모든 대지의 위대함을 느끼며, 작가는 자신의 암 투병과 삶의 의미를 투영한다.
![[신간 미리보기] 그렇지만 물은 흘렀고 꽃도 폈다](/data/photos/cdn/20260105/art_1769663564.jpg)
홍 작가는 머리말에서 “걷다가 멈춰 서서 바라본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제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며 “이 걸음의 흔적들이 누군가에게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득 책 가편집본에서 스친 그의 첫 시 ‘나의 엄마처럼’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엄마 뱃속은 항상 따뜻해서 / 어떤 눈보라가 몰아쳐도 / 아기를 감싸 안는다.
한겨울 눈 속에서 / 꽃이면 꽃, 잎이면 잎 / 또한 그렇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 꿈틀거리고 있듯이 / 꽃은 이미 겨울에 다 만들어져 있다.
홍 작가가 암 진단을 받은지 10년이 지났다. 중간에 폐암으로 재발 되었으니, 한번 암 환자는 하루하루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홍 작가가 대지와 함께 한 호흡, 그곳에서 얻은 생명력과 의지로 건강을 회복하길 기원한다.
임윤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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