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 쿡 후임은 HW의 터너스? SW의 페더리기?”

WSJ, “CEO인사가 미래전략의 시금석…서비스의 큐·마케팅의 조스위악도 하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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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애플의 팀 쿡 후임은 HW의 터너스? SW의 페더리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팀 쿡 CEO,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 그렉 조스위악 마케팅 책임자, 에디 큐 서비스부문 책임자<사진=애플 홈페이지>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Tim Cook)은 회사 내 정해진 정년이 없다. 그는 아직 은퇴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후계자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애플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리더십으로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미래 전략이 △‘디바이스’에 있는지 △‘지능형 서비스’에 있는지 등을 드러내는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팀 쿡의 잠재적 후계자로는, 현재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존 터너스(John Ternus)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가 꼽힌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또 다른 후보로는 애플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서비스 부문 수장 에디 큐(Eddy Cue)와, 마케팅 책임자 그렉 조스위악(Greg Joswiak)이 회자된다. 

애플의 현 CEO 팀 쿡은, 해가 뜨기 전에 기상해 이메일에 답하고 운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생의 대부분을 애플에 바쳤으며, 당분간 회사에 머물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쿡은 최근 다른 경영진들이 보통 은퇴를 준비하는 나이인 65세가 됐다.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그리고 애플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가장 상징적인 기업을 이끌 다음 주자는 누구인가?”라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WSJ은 밝혔다.

분명히 말하자면, 쿡이 떠나야 할 필요는 없다. 애플은 임원에 대한 의무 정년이 없다. 그에게 사임을 요구하는 압박도 없어 보인다. 최근 AI 분야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는 2011년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이후, 애플의 시가총액을 10배 끌어올리며 주주들에게 놀라운 성과를 안겨줬다.

애플의 오랜 이사회 의장인 아트 레빈슨(Art Levinson)은 75세다. 통상적으로 애플 이사들이 물러나는 나이다. 이미 애플 이사인 쿡은 의장으로 승진해 새로운 CEO에게 자리를 내주거나, 다른 에스앤피(S&P) 500 기업의 동료들처럼 당분간 두 직함을 겸임할 수도 있다. 팀 쿡의 가장 유력한 잠재적 후계자로는 현재 애플의 서로 다른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다음 4명의 임원이 꼽힌다고 WSJ은 밝혔다. 

첫째는 존 터너스. 50세로 하드웨어 담당이다. 다른 잠재적 후보들에 비해 젊지만, 터너스는 애플에서 24년 동안 근무했다. 애플은 근본적으로 하드웨어 회사다. 그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선두 주자로 간주된다. 그는 아이패드 작업을 시작으로 맥(Mac), 에어팟(AirPods)을 거쳐 현재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의 모든 제품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은 애플의 제품이 완성되는 곳이다. 디자인 팀이 제품의 외형을 구상하고, 실리콘(칩) 및 소프트웨어 팀이 기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터너스의 임무는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업적 중 하나는 사내 실리콘 팀과 협력해, 맥 컴퓨터 내부의 인텔 칩을 애플이 직접 설계한 칩으로 교체한 것. 이 칩은 인텔 칩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더 빠르면서도 발열이 적다. 많은 개인용 컴퓨터의 노트북이 내부 부품 냉각을 위해 팬을 사용하지만, 맥 노트북은 그렇지 않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이 변화 이후 맥 매출은 급증했다. 여기에는 재택근무를 위해 컴퓨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팬데믹 특수도 작용했다. 이후 맥 매출은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둘째, 크레이그 페더리기. 56세로, 소프트웨어 담당이다. 그는 애플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임원 중 한 명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로서 그는, 애플의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주연을 맡아왔다. 새로운 운영체제(OS)와 앱,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수많은 기능을 소개하곤 한다. 터너스가 모든 하드웨어를 책임지듯, 페더러기는 전 세계 10억 대 이상의 기기에서 구동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책임진다.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그의 경영 스타일을 ‘결단력 있다’고 묘사한다. 그는 회의실 테이블에 팀원들을 모아, 문제를 논의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의실을 나설 때 는 무엇을 완수해야 하는지 명확히 이해하게 된다고 그와 일해본 사람들은 말한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제품을 성공적으로 내놓는 것은 그의 능력 덕분이다. 다른 임원이 회사의 AI 역량 개선에 고전한 후, 애플은 그에게 AI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맡기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플의 개인 비서 ‘시리(Siri)’다. 경쟁사인 챗지피티 등의 챗봇들이 인간처럼 대화하는 반면, 시리는 출시 1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본적인 질문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셋째는 에디 큐. 61세로 서비스 담당이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애플에 몸담아온 ‘애플 맨’. 팀 쿡 시대에 가장 성공적인 부서인 듯한 ‘서비스’ 부문을 오랫동안 총괄해 왔다. 아이폰은 디즈니 월드와 같아, 일단 안에 들어가면 돈을 쓰지 않기가 어렵다. 게임, 구독, 저장 공간, 검색 등.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애플은 그것을 제공하거나, 그것을 제공하는 파트너로부터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큐는 특히 사교적이며, 스포츠와 자동차(그는 페라리 이사회 멤버다)를 사랑하는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로, 애플의 ‘해결사(dealmaker)’로 통한다. 그는 음반사, 출판사, 영화 스튜디오, 그리고 최근에는 포뮬러 원(F1) 레이싱과 협상을 주도했다. 과거에는, 실패한 데이터 동기화 서비스를 ‘아이클라우드(iCloud)’로 재출범시켰다. 처참했던 런칭 이후의 ‘애플 지도(Apple Maps)’를 수습하는 등 회사의 문제 해결사 역할도 수행했다.

큐는 스티브 잡스와 가까웠다. 트립 미클의 책 “애프터 스티브(After Steve)”에 따르면, 잡스가 사망하기 전날 작별 인사를 하러 방문한 소수의 임원 중 한 명이었다. 그가 CEO로 선택된다 해도, 장기 집권할 가능성은 낮다. 쿡보다 불과 몇 살 어리기 때문이다.

넷째는 그렉 ‘조즈’ 조스위악. 61세로, 마케팅 담당이다. 내년이면 애플 근속 40년이 되는 조즈는, 회사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인 마케팅을 이끌고 있다. 애플은 기기만큼이나 브랜드도 정교하게 엔지니어링해,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조즈를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임원 중 한 명으로 만든다.

그 또한, 연례 아이폰 출시 행사와 최신 기기를 홍보하는 언론 투어에서 주연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그는 회사 외부에도 잘 알려진 인물. 회사 키노트(기조연설) 제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키노트는 과거에는 생중계됐으나, 팬데믹 이후 녹화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또한, 브랜드에 대한 높은 기대치 때문에 애플이 종종 직면하게 되는 까다로운 언론 상황을 다룬다. 가장 최근에는 2024년에 약속했으나 제공하지 못한 일부 기능을 포함해, 회사의 AI에 대한 고전 문제를 다루는 것이었다. 조즈는 페더리기와 함께, 애플의 AI 노력이 아직 회사의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과실시인(mea culpa)’을 내놓기도 했다고 WSJ는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팀 쿡은 아이폰이라는 유산을 물려받아 관리의 마법을 보여줬지만, 차기 CEO는 ‘애플 인텔리전스’로 대변되는 AI 시대의 생존 게임을 이끌어야 한다”며 “기술적 비전과 혁신을 보여주는 인물이 낙점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