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점, 비자·마스터카드의 ‘리워드카드’ 거부 허용방침”

WSJ, “가맹점 수수료 ‘20년 전쟁’ 종결 임박… 소비자 혜택은 축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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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미국에서, 가맹점들과 벌여온 20년 된 법적 갈등 해결 합의가 임박했다. 이 합의는 매장들이 카드 결제 시 부담하는 수수료를 낮추고, 특정 신용카드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더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미국에서 현재 약 2~2.5% 수준인 신용카드 결제수수료(interchange fee)를 향후 몇 년에 걸쳐 평균 0.1%포인트가량 낮출 예정이다. 또한, ‘한 네트워크(비자 또는 마스터카드)의 카드를 한 종류라도 받으면, 모든 종류를 받아야 했던’ 지금까지의 규정을 완화할 방침이다. 합의안이 확정되면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하며, 조만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합의가 최종 확정되면, 소비자들은 계산대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비자 카드’만 받는 매장이 생길 수 있다. 한 종류의 비자 신용카드를 받는 가맹점이, 비자의 모든 신용카드를 받을 필요는 없게 된다는 것. 현재 진행중인 논의에 따르면, 신용카드 수용 여부는 △보상 프로그램(리워드)이 있는 카드, △리워드가 없는 일반 카드, △기업용 카드 등 여러 범주로 나뉘게 된다고 관계자들이 밝혔다.

일부 가맹점들은 수수료가 더 높은 리워드카드를 거부할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해당 가맹점은 리워드 카드 이용 고객의 매출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 리워드 카드는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아져 왔다.

이 사건은 2005년 가맹점들이 비자, 마스터카드와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과도한 수수료 및 반경쟁적 조건을 강요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고 WSJ은 밝혔다. 2024년 3월 양측은 5년간 평균 0.07%포인트의 수수료 인하에 합의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이번 새 합의안에는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가산(surcharging)’하는 권한 확대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 소송의 난점 중 하나는 가맹점 측을 대표하는 변호인단 내부에서도, 대형 소매업체와 중소 가맹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것. 지난 20년 동안 가맹점과 카드 네트워크 간의 갈등은 수수료 인상으로 더욱 심화해 왔다. 

특히 리워드 카드의 확산이 큰 불만 요인이다. 리워드 카드의 △포인트, △마일리지, △캐시백 혜택은 사실상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리워드 카드일수록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다고 WSJ은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비자 카드 중 한 종류라도 받으면, 리워드 카드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새 합의가 통과되면, 이런 ‘전면 수용’ 규정이 완화돼, 매장이 고비용 리워드 카드를 거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소비자는 이미 수수료 부담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카드 결제 시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가산요금제’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닐슨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비자·마스터카드 발급 은행들이 가맹점 수수료로 거둬들인 금액은 720억 달러(약 104조 7888억 원)에 달한다. 새 합의가 발효되면 가맹점 수수료는 몇 년간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자체가 부과하는 별도의 요금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이번 합의는 대형 가맹점들이 별도로 제기한 소송(수수료 및 수용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들 소송은 내년에 본격 재판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WSJ은 전했다.

한편, 한국 카드 시장의 수수료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2012년 이 제도의 도입 이후,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4.5%에서 현재 미국의 1/5 이하인 0.4% 수준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이로 인해 전체 가맹점의 96% 이상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수수료 상한선은 금융당국이 3년마다 카드사의 원가(자금조달, 위험관리, 마케팅, 일반관리 비용 등)를 분석해 정해진다. 국내 가맹점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가 적용돼, 고객의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규정(제 19조 가맹점의 준수사항)돼 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