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숨 가쁜 '리밸런싱’…이제 ‘진격의 투자’

비핵심 자산 정리 통해 실탄 확보, 반도체·AI 중심 재편 가속…김정규 신임 CEO 체제서 글로벌 투자 본격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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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SK스퀘어, ‘숨 가쁜 리밸런싱’ 마무리 단계…이제 ‘진격의 투자’
SK그룹의 ICT 중간지주사 SK스퀘어가 2년 넘게 이어온 ‘리밸런싱(자산 재편)’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1조 원대 현금을 확보한 SK스퀘어는 인공지능(AI)·반도체를 중심으로 ‘진격의 투자’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1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K스퀘어의 사업보고서와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결정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이후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SK스퀘어는 2023년 보안 전문기업 SK쉴더스 지분 28.8%를 8600억 원에 EQT 인프라펀드에 매각한 데 이어 2024년에는 크래프톤 지분 2.2%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2625억 원을 확보했다. 또 티맵모빌리티와 우버의 조인트벤처인 UT 지분 49%를 569억 원에 우버에 매각했다. 

SK스퀘어는 올해 들어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 매각 건수를 크게 늘렸다. 

지난 4월 티맵모빌리티 자회사인 공항버스 운영사 서울공항리무진 지분 100%를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해 600억 원을 확보했고, 티맵모빌리티가 보유하고 있던 캐롯손해보험 지분 10.7%를 360억 원에 한화손해보험에 넘겼다. 

또 양자보안 기업 IDQ 지분 100%를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 지분과 교환했다. 이를 통해 525억 원의 평가이익을 만들었다. 

지난 5월에는 티맵모빌리티 자회사인 법인 전문 운전대행 서비스 기업 굿서비스 지분 100%를 부산에쿼티파트너스에 최대 140억 원에 매각했다. 

지난달에는 음악 플랫폼 '플로'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 지분 17.3%를 550억 원에 비마이프렌즈에 넘겼다.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 지분 36.06%도 SK네트웍스에 392억 원에 매각했다. 

또 자회사인 이커머스 기업 11번가 지분 100%를 또 다른 자회사인 SK플래닛에 매각했다. 처분금액은 6607억 원이다. 이 중 4673억 원은 11번가 재무적투자자에게 연내 지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K스퀘어-SK플래닛-11번가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SK플래닛과 11번가는 각 사의 핵심사업인 OK캐쉬백과 이커머스의 시너지에 집중해 마일리지·커머스 대표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숨 가쁘게 달려온 SK스퀘어의 리밸런싱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SK스퀘어는 지난 6월 말 현재 1조1353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만들었다. 6개월 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6790억 원 늘렸다.

이번 리밸런싱의 핵심 목표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AI·반도체 중심 재편’이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20.07% 지분을 보유한 중간지주사로서 반도체 생태계와 AI 인프라 투자를 그룹 차원의 신성장 축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취재] SK스퀘어, ‘숨 가쁜 리밸런싱’ 마무리 단계…이제 ‘진격의 투자’

▲김정규 SK스퀘어 신임 사장 / 사진=SK스퀘어


리밸런싱 완료 시점에 맞춰 김정규 신임 사장을 임명한 것도 상징적이다.

김정규 사장은 SK텔레콤-씨티그룹 합작회사(미국) 담당, SK플래닛 미국지사 팀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 SK㈜ 비서실장을 역임한 글로벌 투자 전문가다.

10년 이상 미국 등 해외 현장에서 사업개발과 투자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김 사장 선임은 SK스퀘어가 글로벌 투자회사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스퀘어가 2년간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재무적 체력을 확보한 만큼, 향후 AI 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창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김 사장 체제에서 글로벌 투자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SK스퀘어는 AI 산업 내 병목(Bottleneck)이 예상되는 AI 칩, 인프라 영역에서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신한금융그룹, LIG넥스원 등과 공동출자해 미국, 일본 AI·반도체 기업 6곳에 투자한 데 이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전략적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정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해 AI·반도체 영역에서 대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