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의 조직도를 AI가 전복중…기술-인사부문 통합 등 진행”

WSJ, “인력 피라미드는 아령형으로. 관리직은 대폭 줄고, C레벨이 50명여명 직접 감독”

  • 카카오공유 
  • 메타공유 
  • X공유 
  • 네이버밴드 공유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인공지능(AI)의 쓰나미가, 기업의 전통적인 조직 구조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1920년대 포드 자동차 공장 이후 100년간 내려온 삼각형의 피라미드식 조직은 사라지고 있다. 대신, 소수의 리더가 다수의 실무자를 직접 관리하는 ‘아령형 구조’가 새로운 표준으로 떠올랐다. 

AI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면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축소되는 대신, 고유한 전문성을 갖춘 실무자의 가치는 급상승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WSJ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테크 위원회 서밋’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은 “AI 시대에는 조직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에는 사람 수를 기준으로 팀을 꾸렸지만, 이제는 각 개인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하고 있다는 것.

WSJ에 따르면, AI가 기존 기업의 조직도를 뒤집어 놓고 있다. 팀은 점점 더 날씬해지고, 더욱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고위 리더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작업을 감독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모든 곳에서 구조조정에 놓여 있다.

기술 리더들은 △기술을 중심으로 인력을 재설계하고, △모든 기능에 AI를 통합하고, △중간 관리직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기업들은 여러 분야의 팀을 구성, 채용 결정을 내릴 때 AI 컴퓨팅 비용을 고려하고 있다. 한 회사는 실제로 기술과 인사 기능을 통합, 인간의 기술과 AI 역량을 중심으로 통합을 강화했다.

미래의 노동력이 어떤 모습일지 실제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뉴욕에서 최근 열린 WSJ 리더십 연구소의 ‘테크 위원회 서밋’에 참석한 기술 리더들은 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WSJ은 강조했다. 

기업들은 중간 관리자를 줄이고 있다. 단순 인원이 아니라, 기술과 역량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수평적 팀으로 인사가 시작됐다. 최고위 기술리더십은 모든 업무 기능에 AI를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한 책임을 조정하고 있다. 

한 금융서비스 기관(TIAA)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정보·디지털 책임자인 사스트리 두르바술라는 이 서밋에서 “각 직책이 어떤 역할을 할까? 미래의 인력은 어떻게 될까? 등으로 회사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인해 일자리의 80%가 최소 20%는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일자리의 (나머지) 20%는 최대 80%까지 바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을 감독하기보다는, 실제 업무에 집중하는 개별 기여자나 직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 그 결과 중간 관리자의 수는 줄어들고, 최고위층에는 소수의 리더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직원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WSJ은 예상했다. 50명 이상의 직원을 감독한다고 밝힌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그 예를 보여준다. 

이러한 팀은 규모가 크다.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와 제품 개발자, 디자이너와 기타 비즈니스맨을 한데 모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팀이 보편화되고 있다. 마치 임시 태스크포스처럼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가 해산하는 방식이다.

일부 벤처캐피털 회사는 AI 책임자를 두고, ‘엔지니어링과 비즈니스 분야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최첨단 모델의 역량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으며, 혁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려는 것이다. 기술과 경영의 융합 없이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AI 컴퓨팅 비용 또한 인력 채용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술 중심 투자 회사인 알티미터 캐피털의 파트너인 아푸르브 아그라왈은 “엔지니어 인력을 더 채용할지, 아니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투자할지에 대한 질문은 점점 더 현실적인 결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여자 수가 훨씬 더 많고, 직접 보고하는 개별 기여자를 보유한 리더들도 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삼각형 형태였던 조직의 형태가 이제는 아령과 비슷해졌다”라고 아그라왈은 말했다.

사람들은 프로젝트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로 모여 일하다가, 다른 임시 그룹으로 이동한다고 WSJ은 묘사했다. 이는 상사에게 보고하는 집단과는 다르다는 것.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 리더들은, 전통적으로 인력 변화를 담당해 온 인사 및 인사 담당 리더들과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바이오 제약 회사인 모더나만큼 이러한 협력을 잘 보여주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WSJ은 제시했다. 모더나는 작년 말 기술 부서와 인사 부서를 한 명의 리더 아래 공식적으로 통합했다는 것.

“인사업무(HR)를 생각해 보라. HR은 전통적인 인력 계획을 수립하고 사람에 대해 생각해 왔다. 반면, 정보기술(IT) 팀과 디지털 팀은 시스템을 계획해 왔다.” 모더나에서 새로 신설된 최고 인사 및 디지털 기술 책임자(CPO·Chief People and Digital Technology Officer)로 임명된 트레이시 프랭클린은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검토끝에, '사실 이 모든 것은 어떻게 일이 실제로 수행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업무 계획’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방식을 시작해야 한다고 봤다.” 

그녀는 자신이 팀을 재편하는 데 있어 직원들의 역량과 기술뿐만 아니라, AI 도구로 무엇을 완수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랭클린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자신의 역할을 조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AI의 급속한 발전은 인간, 기계, 로봇공학이 모두 통합될 것임을 알리는 촉매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