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AI인프라 ‘해저 케이블’ 포설 선박에 수천억원씩 안보 보조금”

FT, “글로벌 데이터 전송량 연 26%씩 증가…美·中·佛에 맞서는 전략 자산이라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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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해저 케이블 통신망을 ‘국가안보’ 대상으로 규정, 이 포설을 위한 자국 선박에 대당 수천억원씩의 국고 보조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일본이 미국, 프랑스, 중국 등 해저 케이블 통신망 강국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고, 지정학적 위협으로부터 인터넷 인프라를 보호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일본은 자국 해저 케이블 포설업체인 엔이씨(NEC)가 미국, 프랑스, 중국 등과 경쟁할 선박을 구매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국고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통신 인프라가 점점 국가안보 문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NEC는 이 보조금으로 해저 케이블 포설 선박을 구매할 예정이다. 해저 케이블의 글로벌 주요 3개사인 △미국 뉴저지 기반의 서브컴(SubCom), △프랑스 국영 알카텔 해저 네트워크(ASN),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였던 에이치엠엔 테크(HMN Tech)는 모두, 케이블 포설 선단을 소유하고 있다.

도쿄의 관료들은 NEC가 선박을 구매하는 데 수억 달러(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는 보조금을 제공해 이 격차를 해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FT는 밝혔다. NEC는 △2022년 노르웨이지언 그룹으로부터 4년 임대 계약으로 임차한 해저 케이블 포설선, △다른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광섬유 케이블 수요 급증을 충당하기 위한 일회성 전문 선박 임대 등에 포설을 의존하고 있다.

NEC는 현재 아시아 지역 케이블 설치를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40만 킬로미터 이상의 케이블을 포설했다. 이 회사는 특히, 사보타주(외부로부터의 파괴행위)에 더 잘 견딜 수 있는 ‘장갑형 케이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 케이블 보호 위원회(International Cable Protection Committee)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3척의 케이블 포설선이 있다. 회사별로는 ASN가 7척을, SubCom과 HMN Tech는 각각 7척과 2척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FT의 확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일본 통신 그룹인 엔티티(NTT)와 케이디디아이(KDDI)는 각각 케이블 포설선을 소유하고 있으며 NEC에 이를 임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선박은 대양 간 케이블을 부설하는 데 필요한 더 큰 종류의 선박이 아니라고 FT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 관료 2명은, 도쿄가 NEC의 선박 부족과 약화된 경쟁력 위치를 국가안보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27년 초쯤이면 각각 약 3억 달러(약 4238억 1000만 원)에 달하는 다수의 선박 획득 비용의 최대 절반까지를 부담할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며 재무성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 통신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메타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비디오 스트리밍 및 AI 서비스로 인해, 2031년까지 글로벌 데이터 전송량은 연간 26%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는 데 주요 병목 현상 중 하나는 선박 부족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일본의 한 관리는 “자체 선박이 없는 NEC는 작업을 경쟁사만큼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형 기술기업들과의 계약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일본 관리는 해저 케이블이 “잠수함 탐지 센서로 활용될 가능성, 첩보·사보타주 위험 등 미래 군사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잠재적 지원의 이유로 들었다. FT에 따르면, 연간 최대 200개의 케이블이 주로 어업이나 닻에 의해 손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발트해에서 두 케이블이 파괴되기도 했다. 

정확한 기간동안 포설선박을 빌리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케이블 통과 경로 확보의 예측 불가능한 시간표 때문이다. 

현재 케이블이 통과하는 국가들의 영해 허가를 받는 데 2~3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약 10년 전의 6개월~1년에서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NEC 해저 네트워크 사업부의 오오타 타카히사(Takahisa Ohta) 상무는 “선박을 소유하는 것은 막대한 고정 비용이다. 시장이 성장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2000년과 같이 기술 버블이 꺼지면 그저 큰 비용 부담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도 현재 시장이 호황이기 때문에 자체 선박을 획득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며,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와 NEC의 협력 관계는 2008년 NEC가 일본 해저 케이블 제조업체인 오씨씨(OCC)를 인수하면서 강화됐다. 당시 OCC는 중국 화웨이의 인수 표적이었는데, NEC가 이를 막으면서 정부의 ‘호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