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기술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산업 전반에 깊숙히 스며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경쟁적으로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 지원과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AI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AI 국가대표’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설계 분야에서는 ㈜캐디안이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유일의 CAD(Computer-Aided Design) 프로그램 수출기업이면서 선도적으로 AI를 접목, AAD(AI-Aided Design)를 앞당기고 있는 ㈜캐디안의 여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CADian TWArch Pro’의 AI 이미지 인지를 통해 ‘부석사 조사당’ 설계 / 자료=㈜캐디안
AI 기반 CAD 프로그램 개발기업 ㈜캐디안(대표 박승훈)은 1998년 첫 번째 CAD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후 거대 외산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건축·엔지니어링·건설(AEC) 분야에서 13.0%의 시장점유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공공시장에서는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간 설계 산업의 판을 바꿀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중심에 AI가 있다.
㈜캐디안은 수십년간 축적해온 기술력과 AI의 융합을 바탕으로 ‘말만 하면 설계가 되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조용하지만 치열한 여정을 걸어왔다. 이를 통해 전통 건축 복원 설계에서 현대 건축 평면도 분석, AI 기반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자동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해 대신 설계하는 AI-CAD에 이르기까지 혁신적 성과를 만들고 있다.
한국 전통 목조건축 복원·신축 설계 랜드마크가 되다
한국의 전통 목조건축은 뛰어난 미학과 구조적 정교함으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복원하거나 신축 설계하는 일은 높은 전문성과 방대한 경험, 그리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뛰어난 미학과 정교함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한국 전통 목조건축의 복원, 신축 설계는 높은 전문성과 경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방화 후 복원된 숭례문 모습 / 사진=서울관광정보
㈜캐디안은 2021년부터 AI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에 도전했다. 전통 목조건축 복원 및 신축 설계를 위한 전문 CAD를 개발해온 ㈜캐디안은 오는 9월 ‘CADian TWArch Pro’를 선보인다. TWArch는 ‘Traditional Wooden Architecture’의 약자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전통 목조건축 특화 3D CAD 시스템이다.
이 제품은 단순한 설계 도구를 넘어 ‘AI 기반의 전통 건축 설계 자동화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용자가 입력한 평면도, 정면도, 측면도, 단면도 등의 다양한 도면 정보를 AI가 인식해 객체를 식별하고, 룰 기반 구조 추론을 통해 정확한 스케일과 축에 맞춰 정렬하며 부재 간 연관성과 정합성을 분석해 3D 목구조 설계를 자동 완성한다.

▲‘CADian TWArch Pro’를 이용한 법화전지 복원·제작 실현 / 자료=㈜캐디안
한명기 ㈜캐디안 기술연구소 상무는 “‘TWArch Pro’는 전통 건축 도면이 불완전하거나 일부만 남아 있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며 “불국사 법화전지처럼 초석만 남아 있어도 ‘초석 그리드 기능’을 통해 설계의 출발점을 제공한다. 이어 부재 생성기를 이용해 기단, 초석, 기둥, 창방, 공포, 대량, 중량, 뜬장여, 장여, 도리, 소슬합장 등 다양한 구성요소를 자동 또는 수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3D 모델은 공포 형상 변형, 칸수 증감 조절, 기둥 길이 변경 등 설계 수정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
㈜캐디안은 이를 통해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전통 건축의 디지털 계승과 현대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TWArch Pro’를 통해 기존 수작업 방식에 비해 설계 정확도와 속도, 복원 신뢰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 전통건축연구소, 건축설계사무소, 대학·연구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 선도기업 입지를 다지고 있는 ㈜캐디안의 행보는 단순히 CAD 소프트웨어(SW)를 넘어 한국이 보유한 건축 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보존하는 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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