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북한과도 ‘광물-안보’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을 활용해, 핵무기 위협을 줄이는 대형 협상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자원 개발 협정을 체결해 핵심 광물을 공급하려면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과 제재 해제 등이 선행돼야 하고, 이는 안보 위협 완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국무부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조엘 윗(Joel Wit) 미국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의 기고를 최근 게재, “북한과의 ‘광물-안보’ 거래가 한반도 평화를 이끌 열쇠”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윗은 예일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 예정인 ‘폴아웃: 미국의 북한 비핵화 실패 내막’의 저자이기도 하다.
폴리티코는 “북한은 세계적 규모의 희토류 매장국으로 추정된다. 이들 광물은 미국의 첨단 산업에 필수적이다”라며 “경제 협력이 평양의 핵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접근법’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오랫동안 북한과의 화해를 주장해 온 인물로, 트럼프의 유력한 협력자가 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는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상황이다.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시키는 제한적 합의부터 모색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제재를 완화받는 한편, 광물 수익을 경제 현대화의 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광물-안보 거래(minerals for security deal)’를 체결한 것은 다음 질문을 던지게 한다. 비슷한 방식의 거래를 체결할 수 있는 다른 국가는 어디일까.
다음 대상은 북한이 돼야 한다고 폴리티코는 제시했다. 북한은 희귀광물의 잠재적인 보고이기 때문이다. 이들 광물은 미국에 공급할 중요한 자원인 동시에, 평양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킬 기반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이후, 동북아 긴장은 더욱 고조돼 왔다. 북한은 장거리 핵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켰다. 이는 역내 군비 경쟁을 초래하고 미국 본토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 두 명은 북한이 전쟁을 준비 중이라고 분석한다.
한반도에서의 두 번째 전쟁 가능성은 실재한다고 폴리티코는 게재했다. 남북은 2010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나 충돌 직전까지 갔다.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이 강화된 북한이 첨단 기술을 이전받고 있는 만큼, 다음번 위기는 더 위험할 수 있다. 한 미군 퇴역 장성은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에 대한 광물 개발 협력은 이러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핵심이 될 수 있다. 희귀광물 개발에 관한 미-북 협정은, 북한에 경제적 이득을 주며 경제 현대화를 위한 기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은 워싱턴-평양의 관계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외교 관계 수립과 경제 제재 해제가 필수적이라는 것. 또한 경제적 거래는 안보 우려도 다뤄야 한다. 비핵화는 당분간 비현실적이지만, 최소한 대량살상무기(WMD) 통제와 신뢰 구축 조치는 병행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김정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되살릴 적임자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광물-안보 거래는 거래 중심적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일 수 있으며, 희귀광물 확보는 그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신임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대북 유화론자다. 계엄령 선포로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달리,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 과거 남북한에서는 광물 공동 개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전 정부에서 악화된 남북 관계는 이 대통령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예상했다.
북한은 자원 개발에 열려 있는 듯하다. 희귀광물 매장량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며,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경제발전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8년에는 중국과 25억 달러(약 3조 3995억 원) 규모의 희귀광물-태양광 패널 투자 협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 회담의 실패와 러시아·중국에 경사된 영향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재접촉에 회의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형성된다면, 모스크바와 베이징도 묵시적 지지를 보낼 수 있다. 지역 긴장 완화는 그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는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과거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대신, 핵·미사일 실험 중단 같은 실질적인 긴장 완화 조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폴리티코는 주장했다.
협상의 세부사항은 매우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한 바 있어 필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희토류 광물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 없이는 역시 진행이 어렵다. 남한도 한반도 미래에 대한 이해관계상 참여를 원할 것이다. 다자 간 협정은 필요하겠지만, 실행은 더 어려울 수 있다.
미-우크라이나 협정과 마찬가지로, 미-북한 협정도 수억 달러(수천억 원)가 소요되고, 탐사와 인프라 구축에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 초기에는 철광석, 구리, 금, 흑연 등 기존에 채굴 중인 광물 자원의 상업화로 시작할 수도 있다. 협상과 합의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실행은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의 재정 지원과 감시 체계 구축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과의 광물-안보 거래는 대담하고 어려운 과제지만,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지금의 핵전쟁 가능성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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