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 등 월가 초대형 사모펀드들, ‘AI 데이터센터’에 올인중

NYT, “과잉 공급 우려 등 버블 논란… 투자 회수도 난항”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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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캔자스의 한 작은 부동산 개발자업가 지난 2003년 미국축구 경기장 절반 크기의 땅에 세운 데이터센터 한 곳. 박스형 대형창고로 보이는 부동산이 지금 월스트리트 최대의 ‘판돈’이 됐다.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2021년 이 센터를 운영하는 퀄리티 테크놀로지 서비스(QTS)에 대해, 고객들의 자금 100억 달러(약 13조 7440억 원)를 들여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이 데이터센터를 ‘가장 확신하는 투자’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리고,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 설비를 대규모로 확장 중이다. 

최근 미국의 초대형 사모펀드 업계는 인공지능(AI) 붐에 편승해 데이터센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랙스톤 뿐 아니라, 케이케이알(KKR)·블랙록·블루아울 등 월가 사모펀드의 거물들이 “AI 시대의 기초 인프라”라며 데이터센터 산업에 앞다퉈 배팅하고 있다. 이들이 쏟아부은 돈은 수천억 달러(약 수백조 원). 이 때문에, 거대한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경고도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 투자 회사가 더 큰 거래를 발표함에 따라, 월스트리트에서는 “와트 자랑(Braggawatt)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농담을 주고받는다고 한 사모펀드업계 간부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는 소비하는 와트(wattage)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은 QTS 인수를 시작으로, 데이터센터와 이에 관련된 발전소, 건설장비 등 인프라에 총 1000억 달러(약 137조 4200억 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블랙스톤이 사들인 거대 건물들은 인터넷의 백본. 조너선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마이애미에 콘도를 짓고 파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우리는 확정된 입주 계약이 있을 때만 건설을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블랙스톤의 데이터센터에는 아마존·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들어서 있다. 이들 기업은 15~20년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블랙스톤은 설명했다. AI 인프라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올해 750억 달러(약 103조 800억 원), 메타는 720억 달러(약 98조 9568억 원)를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블랙스톤은 QTS 외에도 전 세계 다른 운영사들을 사들여 왔다. 아시아 전역에서 사업을 하는 호주의 대형 데이터센터 회사를 인수한데 이어, 또 다른 미국 데이터센터와 협력해 프랑크푸르트, 파리, 버지니아 북부에 4개의 대규모 캠퍼스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이미 사무실 건물, 창고, 과학 실험실 분야에서 세계 최대 소유주 중 하나다. 하지만, 설립 40년 역사상 거의 모든 분야보다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 시의적절한 부동산 투자가 블랙스톤을 경쟁사보다 앞서 세상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 회사로 만들어 왔다.

월가의 열광 속에서, 그러나 차가운 경고음도 울린다. 너무 많은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조 차이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에서 일종의 버블이 시작됐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MS와 폭스콘 등이 최근 일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포기했다. MS는 지난달 오하이오주에서 QTS 등이 새 센터를 건설 중인 지역의 공사를 갑자기 중단했다. 현지 정부 관계자는 “사전 통보조차 없었다”고 말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저전력·저사양칩의 AI 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존 고전력 대형 데이터센터 수요 감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은 막대한 에너지와 기술적 도전을 요구한다. 물을 비롯한 고도 인프라도 필수다. 서버 한 대당 소비 전력은 일반 클라우드 컴퓨팅의 10~20배에 달한다. 연간 가동 중지 시간은 고작 5분. 99.999%의 가동률을 가리키는 소위 ‘파이브 나인스’를 넘기면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투자금 회수. 호주 맥쿼리 은행의 칼 쿠첼 데이터센터 투자 책임자는 “이 거대 자산을 사모펀드가 매각할 때, 구매자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수백억 달러짜리 개별 센터를 살 주체는 극히 드물다. 블랙스톤은 상장(IPO) 대신, 개별 센터 매각이나 장기 보유 펀드로의 편입 등을 고려 중이다.

관련 비즈니스의 유일하고 확실한 승자는 QTS 창립자인 채드 윌리엄스. 블랙스톤과의 퇴출 계약으로 그는 30억 달러(약 4938억 원)를 받고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고 NYT는 설명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