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정책으로 미국주식 일변도의 투자전략은 끝났다”

WSJ, “글로벌 다각화는 이제 선택 아닌 생명선···포트폴리오 확대, M7대신 저평가된 가치주 찾으라”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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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으로 달러가 주요 통화에 비해 하락하면서,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투자자들은 현재 미국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고수익 자산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높은 주가를 기록하던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달러 강세가 약화되면 해외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에너지 자급자족을 이루고, 정부의 지출확대와 테크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달러와 미국 주식이 함께 상승했던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 7’ 주식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미국투자 일변도의 전략은 끝날 수 있다”면서 “미국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주식 및 다른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명선(lifeline)이 되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6일(현지시간) 조언하고 나섰다. 

WSJ은 “달러가 더 이상 세계를 지배하지 않는다면, 투자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이날 기사에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WSJ에 따르면, 당신이 지난 15년 동안 저축한 돈을 투자해 왔다면 지금은 그간 거의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됐다. 미국 달러는 구조적으로 점점 약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에 대한 여파를 감안하면, 당신은 이에 익숙해져야 할 수도 있다.
 
지난주 관세관련 뉴스에 따른 주요 통화 대비 달러 하락에 대해 월가는 대비하지 못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적 지배력을 끝낼 수 있다고 시장은 우려했다. 국제적 자금 관리자들은 그간 보유금액을 미국 자산에 대해 편향적으로 투자했었다. 그들은 지금은 고수익의 원천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충동을 느끼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외국 주식을 무시하는데 익숙했다. 그들은 더 이상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향후 5년 동안 달러가 10~15% 더 하락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투자하고 있는 중”이라고 스위스 픽셋 자산운용(Pictet Asset Management)의 수석 전략가인 루카 파올리니(Luca Paolini)는 WSJ에 말했다. 확실히, 자산 관리자들은 여러 케이스에서 단기적이고 방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잠재적인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또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알파벳, 메타 플랫폼, 엔비디아, 그리고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 7’ 주식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를 따르고 있다. 이들이 트럼프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 10년 반 동안 탁월한 수익률의 대부분을 견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총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46배를 기록했다. 이렇게 높은 수준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 7’을 제외하더라도, 15년 전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나머지 종목을 매수한 미국인들은 총 380%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헤지 없이 같은 방식으로 투자한 유럽인들은,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약 490%의 수익을 올렸다. 달러가 유로 대비 20% 이상 상승한 덕분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유로존 주식은 유로화로 약 220%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달러로의 수익률은 150%에 불과했다. 일본 증시도 비슷한 상황. 닛케이(Nikkei) 225 지수는 엔화로 300% 상승했지만, 달러로는 160%가 오르는데 그쳤다. 미국인들이 401(k)에 이러한 주식을 서둘러 추가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놀라운 점은 달러 강세가 기계적으로 미국 주식에 타격을 준다는 것. 해외 수익의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주식에는 도움을 준다. 역사적으로, 달러가 약세일 때 S&P500을 매수하는 것이 더 수익이 좋았다. 지난 5년 동안, 이는 사실이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던 반면, 증시는 약세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7년간은, 달러와 미국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당시는 '미국 예외주의 트레이딩'의 전성기였다. 미국 자산은 기술주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 여기에는 산업주식처럼, 환율에 민감한 섹터도 포함됐다.

이를 이끈 두 가지 힘이 있었다. 하나는 프래킹(fracking·세일가스 추출기술) 붐. 이는 미국을 에너지 자급자족 국가로 만들어,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고 달러를 일종의 ‘석유 통화(petrocurrency)’로 전환시켰다.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 미국 경제가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는, 직관에 반대되는 교훈을 투자자들은 2014년에 배웠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의 지출은 주유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또 다른 요인. 수년 동안 미국의 소비를 유지해 온 것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힘 때문이다. 정부의 적자 지출, 전 세계에 대규모로 서비스를 수출하는 테크 부문, 그리고 주식 시장의 호황으로 인한 부의 효과. 이제 그 대부분이 뒤집힐 위험이 있다. 투자자들은 통화 약세와 함께 주가 하락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트럼프는 예산의 적자를 메우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거의 틀림 없이 달러 약세를 불러온다. 한편, 그는 관세 전쟁을 시작해 주식 시장을 침체시켰다. 이는 중국의 보복을 촉발했으며, 유럽의 미국 테크 대기업들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듯 하다. 

새로운 정권은 2000년대 초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 당시, 투자자들은 닷컴 버블의 여파로 테크주와 미국 주식들에 모두 등을 돌렸다. 동시에, 달러 역시 당시 주식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브릭스 국가로 자본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클리어브릿지 인베스트먼트(ClearBridge Investments)의 제프 슐츠(Jeff Schulze)는 지난 금요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S&P500 지수가 부진할 때, 해외 증시가 반등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MSCI EAFE·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 Europe, Austrailia, and Far East) 및 MSCI 신흥시장 지수는 벤치마크인 미국 지수를 각각 연평균 2.0%포인트, 12.1%포인트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달러 약세는 그 자체로 개발도상국의 재정 회복력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사이, 유럽연합은 투자자들의 희망을 다시 불러일으켜 왔다. 유럽연합이 재정 부양책, 산업 정책, 에너지 자립을 통해 미국과의 성장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것. 

지금은 2000년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나머지 세계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미국 경제에 비해, 무역에 훨씬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이들은 중국과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중국이 값싼 상품을 나머지 세계에 대량으로 들여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은 미국 주식에 투자해 환 리스크를 헤지하는 것. 그러나 이는 비용이 많이 든다. 이외의 다른 옵션은, 할인된 '가치주'에 대한 익스포저를 확대해 장기적으로 승자가 될 수 있는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다. 

트럼프에 의해 재편된 경제는 더 많은 투자와 더 적은 소비를 의미할 것이다. 나이키 신발이든 제너럴 모터스 스포츠의 실용차(SUV)든 수익성 있는 국내 생산의 유일한 방법은 노동 대신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자본재의 제조업체가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무차별적인 글로벌 공급망 중단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인 주식 상승이 필요한 투자자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모든 것을 동시에 투자하는 것일 수 있다. WSJ은 "현재 다각화는 전략중의 하나가 아니다"라며 "이는 생명선(Lifeline)"이라고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