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성 체제의 키움증권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영풍제지 사태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순이익이 감소한 키움증권은 올해도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2020년 대 들어 꾸준히 이어오던 국내주식 리테일 시장점유율 30%선도 무너졌다.
1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키움증권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4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924억 원) 대비 16.3% 감소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 엄주성 신임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았다. 지난해 각종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황현순 사장의 뒤를 이어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엄 대표는 1968년생으로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졸업 후 1993년부터 대우증권에 재직했다. 2007년 6월 키움증권 PI팀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PI본부 이사부장(2010년 4월), 투자운용담당 이사(2011년 4월), 투자운용본부장 전무(2020년 1월), 전략기획본부장 전무(2022년 3월) 등을 역임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SG증권발 차액결제거래(CFD)와 영풍제지 미수금 손실사태 등 두 차례의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지난해 초부터 진행해온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초대형 IB는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을 충족하고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얻을 수 있는 자격이다. 자기자본의 200% 내에서 기업 신용공여, 헤지펀드 신용공여가 가능해져 사업 다각화 방안으로 꼽힌다.
다만 잇따른 리스크 관리 부실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인가 시 재무 요건뿐 아니라 내부 통제와 위험관리, 재무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살펴본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영풍제지 주가 폭락 사태로 인해 약 4333억 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발생하며 순이익도 감소했다. 2021년 9102억 원에서 2022년 5082억 원, 2023년 4407억 원으로 2년 새 반토막났다.
엄 대표 취임 후에도 이익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3889억 원, 2924억 원) 대비 13.2%, 16.3% 감소한 3377억 원과 24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운용 수익이 감소했다”며 “작년에 평가이익이 컸던 데 대한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국내주식 리테일 시장점유율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30%선이 무너졌다. 2021년 30.2%, 2022년 30.1%, 2023년 30.0%로 매년 소폭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29.5%로 전년 말보다 0.5%p 하락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점유율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19년 연속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공시도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별도 기준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등을 골자로 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지만, 지난 3월 이미 공정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만, 대규모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김 전 회장이 최근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오너 리스크를 해소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초대형 IB 인가 신청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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