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업계에서 제품을 교환하거나 한 기업의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의 공동판매 프로모션 계약이 확대되고 있다. 영업력에 강점이 있는 제약사와 제품에 강점을 가진 제약사가 협업을 통해 파급력과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제약사들이 매출 증대, 사업 분야 확대 등을 위해 타 제약사와 공동판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HK이노엔과 보령은 지난해 12월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과 보령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공동판매를 시작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1195억 원의 매출을 올린 HK이노엔의 대표 제품이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분야에 케이캡이라는 대형 품목이 있지만, 고혈압 분야에서는 마땅한 대형 품목이 없었다. 반면, 보령은 당뇨, 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과 항암 분야에 강하지만, 위장약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세다.
HK이노엔은 이번 공동판매로 케이캡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령의 카나브를 필두로 순환기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보령도 소화기 치료제로 영역을 넓히면서 품목 다변화를 이뤄낼 수 있게 됐다.
HK이노엔의 1분기 순환기 계열 전문의약품 매출은 카나브를 포함해 5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8억 원)보다 86.4% 증가했다. 전사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849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126억 원으로 1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억 원에서 173억 원으로 206.0% 늘었다.
보령도 공동판매의 효과로 케이캡이 속한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care) 부문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397억 원의 매출을 올린 스페셜티 케어 부문은 올해 1분기에 이보다 56.7% 증가한 622억 원을 기록했다.
종근당은 지난달 대웅제약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부터 HK이노엔과 케이캡 공동판매를 해온 종근당은 2023년 말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지난해 종근당의 케이캡 매출은 1375억 원이다.
종근당이 새롭게 공동판매에 나선 펙수클루는 케이캡의 경쟁 제품으로, 국내 위장약 시장을 주도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올해 1분기 대웅제약 펙수클루 처방액은 1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종근당은 이를 통해 케이캡 매출 공백을 메우고, 대웅제약은 종근당의 영업력을 통해 판매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1월 종근당과 셀트리온제약은 종근당의 고혈압 치료제 ‘딜라트렌’과 셀트리온제약의 간장용제 ‘고덱스’의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동제약은 지난 1월부터 한림제약의 점안액 브랜드인 ‘나조린’, ‘누마렌’, ‘아이필’의 유통과 판매를 맡았다. 두 회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안과 분야의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확장, 보강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동판매할 제품을 고르고, 제품의 수익성과 경쟁력까지 고려해 계약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성수아 기자 sa358@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