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지난해 좋지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연구개발(R&D)에 힘을 실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집단 상장계열사 10곳 중 7곳이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1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기업집단 상장계열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연구개발비를 공시한 226개 기업의 지난해 연구개발비 합계는 70조24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64조159억 원) 대비 9.7% 증가한 수치다.
조사 대상 기업의 66.4%인 150개 기업이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늘렸고, 33.6%인 76곳이 줄였다.
지난해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쓴 기업은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2022년 24조9292억 원에서 지난해 28조3528억 원으로 13.7%(3조4236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이 43조 원 이상 줄어든 가운데 R&D 투자를 과감하게 늘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2년 8.2%에서 지난해 10.9%로 대폭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R&D에 쓴 돈은 대기업집단 상장사 전체의 40.4%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대규모 투자 계획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 기업은 국가첨단산업·국가첨단산업벨트 육성전략에 맞춰 신규 조성될 용인클러스터에 20년 간 3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LG전자도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조2834억 원을 R&D에 투입해 전년(4조370억 원) 대비 6.1%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5.1%로, 전년(4.8%)보다 0.2%p 상승했다.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 원을 투자한다. 이 기업은 주력 사업분야 뿐 아니라 로봇, 자량용 인포테인먼트, 스마트카 등 신규 사업분야 제품 개발을 강화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연구개발비 3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2022년 4조9053억 원에서 지난해 4조1884억 원으로 14.6%(7169억 원) 줄었다. 다만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1.0%에서 12.8%로 1.8%p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3조9736억 원, 2조6092억 원을 R&D에 투입했다. 전년(3조3406억 원, 2조4316억 원) 대비 18.9%, 20.6%씩 증가했다. 상위 10개 기업 중 연구개발비 증가율이 20%대를 기록한 곳은 기아가 유일하다.
이어 LG디스플레이(2조3995억 원), LG화학(2조857억 원), 네이버(1조9926억 원), 현대모비스(1조5941억 원), 카카오(1조2236억 원)가 지난해 연구개발비 6위부터 10위까지 차지했다. 특히 네이버는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0.6%를 기록, 상위 10개 기업 중 유일하게 20%를 넘었다.
김민지 기자 hones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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