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매출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매출을 크게 늘리며 영업이익을 오히려 증가시켜 어려운 건설산업 환경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건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 연속 매출원가율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90.1%에서 2022년 92.9%로 오른데 이어 지난해 94.3%까지 상승했다.
매출원가율은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영업수익을 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인 매출원가를 매출로 나눠 산출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매출 대비 많은 비용을 지출해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건설업계는 2022년부터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출원가 부담이 커졌다. 매출을 늘려도 매출원가와 인건비 등 판관비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악화되는 기업이 많았다.
지난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소폭 안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27조9845억 원으로, 전년(19조7263억 원) 대비 41.7% 늘었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매출원가율은 주요 대형 건설사 중 두 번째로 높다. GS건설이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에 따른 손실충당금 반영으로 98.1%까지 치솟았고, 현대건설이 94.3%로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 매출원가율 상승은 주택부문이 주도했다. 주택부문 원가율은 2022년 90.0%에서 93.7%로 3.7%p 상승했다. 이 기간 토목(98.7%→96.3%), 플랜트·전력(98.6%→96.8%)은 원가율이 낮아졌다.
현대건설은 매출원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영업이익을 늘린 점이 주목된다. 매출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매출원가율 상승 부담을 상쇄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854억 원으로, 전년(5749억 원) 대비 36.6% 상승했다.
지난해 해외사업을 강화하며 매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또 영업이익을 결정짓는 또 다른 요소인 판관비를 줄였다.
현대건설의 매출은 2022년 21조2391억 원에서 2023년 29조6514억 원으로 39.6% 증가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매출도 크게 늘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1조8860억 원으로 1년 새 3조 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판관비는 9378억 원에서 9174억 원으로 2.2% 줄었다. 인건비가 4700억 원에서 5028억 원으로 7.0% 늘었지만, 경상비가 4679억 원에서 4146억 원으로 11.4%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 불황 타파를 위해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등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심사업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총사업비 18조7000억 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공사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해외 수주의 포문을 열었다.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대형 원전 사업 계약을 따낸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28조9990억 원으로 발표했다. 이 중 40.7%인 11조8010억 원을 해외에서 채울 계획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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