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매년 시설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는 전기차 시장의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시설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SDI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3분기 시설투자액(CAPEX)은 2조43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6774억 원) 대비 45.4% 증가했다.
연간 투자액도 2020년 1조5719억 원에서 2021년 2조1802억 원, 2022년 2조6288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 전략을 강조해왔다. 경쟁사들이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양적 성장을 적극 추진한 것과 달리 꼭 필요한 투자는 하되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으며 내실 다지기에 힘썼다.
이에 삼성SDI는 그간 국내 배터리 3사 중 CAPEX에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22년 시설투자에 각각 8조 원, 5조 원 가량 사용했다. 이에 반해 삼성SDI는 2조 원대 후반에 그쳤다.
삼성SDI의 질적 성장 기조는 최근 배터리의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 감소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전기차 수요 감소로 북미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인력 감축에 나선 가운데 삼성SDI는 그간 집중해온 프리미엄 배터리를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올해부터는 북미를 중심으로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CAPEX에 5조 원 이상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등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어 투자액은 증가할 것"이라며 "아직 정확한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건설 중인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 조기 가동이 기대되고 있다. 이 공장은 내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올해 조기 가동으로 세액공제(AMPC)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삼성SDI는 시설투자와 함께 연구개발 확대에도 꾸준히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신설한 ASB사업화추진팀을 중심으로 미래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인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를 본격 추진해 차세대 제품 및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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