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음식이든 마음껏 품어주고 마실수록 나를 겸손하게 하며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늘 새로운 맛.”
와인에 대한 필자의 사랑은 남다르다. 와인에 대한 탐구력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의 7번째 와인에 대한 책 제목 (와인은 참지 마요) 역시 그 답다. 그러면서도 와인에 대한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우주만큼 복잡한 와인계는 늘 내 와인 지식의 한계를, 그리고 친구와 음식의 소중함도 알게 해준다. 와인을 마신 뒤에 나는 와인을 알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정말 부지런히 와인을 선물했다. 그래서일까, 이제 친구들은 내가 모임 자리에 와인을 가져가면 그 와인 좀 가져와봐.라는 따뜻한 말을 듣는다.”
그는 와인에 대한 철학 역시 “비싼 와인만이 좋은 와인이 아니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코르크를 딴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이다”라고 말한다.
“와인은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순간이고 선물이다. 와인은 내게 따뜻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선물한다. 다만 그 즐거움을 이끄는 데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코르크를 딴 뒤 한두 시간은 너끈히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친구를 불러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와인을 마실 때 초를 켜고 재즈를 틀어야 할 때도 있다.”
이 책은 그 귀찮은 과정에서 오는 소박한 즐거움들을 모아 놓았다. 이 책을 쓴 권은중 작가는 한겨레, 경향신문, 연합뉴스, 농민신문 등에 음식과 역사를 다룬 인문학적 칼럼을 써왔으며,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와인 강연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와인 수입과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며,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을 전문으로 하는 랩 레스토랑도 꿈꾸고 있다.
와인에 대한 소개도 잊지않았다.
"참치마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당연히 소비뇽 블랑이다. 소비뇽 블랑의 풀 향기와 날카로운 산도는 밥알의 전분기와 참치마요의 기름기와 김의 독특한 풍미를 모두 조화롭게 만든다. 샤르도네 역시 잘 어울린다. 오크통에 숙성한 것이나 숙성을 건너뛴 샤르도네와도 잘 어울린다. 편의점에서 반 병짜리로도 파는 호주산 옐로우테일 샤르도네와도 궁합이 좋다. 참치마요가 물릴 때 먹는 전주비빔밥에는 고추장에 볶음 소고기가 들어간다. 그래서 전주비빔밥 삼각김밥은 참치마요보다 샤르도네와 더 잘 어울린다. 바디감과 알코올 도수가 좀 더 센 샤르도네가 매콤한 전주비빔밥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테더는 내가 마셔본 미국 샤르도네 가운데 이국적인 향이 가장 강한 와인의 하나다. 멜론, 구아바, 파인애플과 함께 꿀, 바닐라, 꽃 향을 느낄 수 있다. 치앙마이 부어스트나 모르시야와 잘 맞은 것은 물론이고 다음 안주였던 수제 살라미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에도 와인이 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함께 마신 레드와인보다 페어링이 더 좋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MZ세대의 독특한 소비 방식은 음식에도 확인된다. 그중 하나가 내추럴 와인이다. 내추럴 와인은 화학비료와 농약은 물론 현대식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포도로 빚는다. 이미 수많은 상업 와이너리들이 무농약 재배를 해와 내추럴 와인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게다가 내추럴 와인 관련 국제적 인증이나 통일된 원칙은 아직 모호하다. 마케팅 수단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까닭이다.
쇼두욘이라는 이름은 프루니에 와이너리가 있는 버디니 마을의 중심가 이름인 쇼두에서 따온 것이다. 쇼두욘은 프랑스어로 ‘쇼두에서 온 소녀’라는 뜻이다. 하지만 기존 소비뇽 블랑을 넘어서려는 의지로 충만한 이 와인은 발랄한 소녀보다는 지혜롭고 우아한 여인이 더 어울린다. 이 와인이 멋진 황금색 병에 담긴 까닭일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와인 비평가처럼 와인 선택에 많이 신경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와인이 아니라 선택한 와인을 함께 즐길 멋진 음식과 사람이다. 좋은 와인과 함께 마주한 음식, 사람이 이루는 삼위일체는 이처럼 스토리 있는 와인의 울림을 더 크게 만든다. 이런 와인을 만나는 순간 순간이 모이면 인생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작가 권은중은 한겨레, 문화일보 등에서 기자로 20여 년 일하다 50세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의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 유학을 다녀왔다. 요리를 하기 전에는 주로 화이트와인만 마셨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레드와인이 맛보다는 남과 구별 짓는 ‘연성 권력’쯤으로 여겼던 탓이다. 하지만 요리 유학을 가서 생각을 바꾸었다. 15년 숙성된 발로 와인의 실크빛 질감과 피에몬테식 파스타인 타야린이 이룬 조화를 맛본 뒤 와인과 음식은 하나라는 급진적인 사고에 빠져들었다. 귀국해 와인 수입 법인을 설립하고 와인과 서양 음식은 물론 편의점 삼각김밥을 비롯한 우리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를 연구해왔다.
주요 일간지에 음식과 역사를 다룬 인문학적 칼럼을 써왔고,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와인 강연을 해왔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와인 수입과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며,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을 전문으로 하는 랩 레스토랑도 꿈꾸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독학파스타, 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음식경제사,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등이 있다.
오창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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