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호황에 힘입어 계약부채를 늘렸다. 최근 2년 새 계약부채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했다.
2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조선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계약부채는 17조74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채 중 43.5%다.
계약부채는 기업이 고객에게 받은 대가(또는 지급기일이 된 대가)에 상응해 고객에게 재화나 용역을 이전해야 하는 기업의 의무다.
조선업계는 선수금은 적게 받고 인도 시점에 건조 대금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대금 결제를 진행한다. 조선업계 내에서 계약부채는 발주처로 제품을 인도하기 전에 먼저 받은 금액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계정 금액이 커지는 게 확보된 일감이 많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즉, 향후 계약 이행과 함께 부채가 사라지며 매출로 인식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 규모가 클수록 긍정적이다.
조선업계는 신규수주를 확대하면서 모두 계약부채가 늘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계약부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3월 말 8조8269억 원으로, 전년 말(7조8779억 원) 대비 12.0% 증가했다. 신규수주가 저조했던 2020년(2조4334억 원)과 비교하면 3.6배 가량 늘었다.
전체 부채 중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9.0%, 2021년 24.7%, 2022년 44.8%, 2023년 3월 말 48.6%로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는 전체 부채 중 절반 가량을 계약부채가 차지했다.
한화오션이 두 번째로 많은 계약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4조6627억 원으로 전년 말(4조6826억 원) 대비 0.4% 소폭 감소하긴 했다. 하지만 2020년 1조3475억 원에서 3년 만에 3.5배 증가했다. 이 기간 계약부채 비중도 20.9%에서 39.9%로 19.0%p 상승했다.
삼성중공업은 전체 부채 중 38.9%를 계약부채가 차지하고 있다. 규모는 4조2528억 원으로, 전년 말(3조9047억 원) 대비 8.9% 늘었다.
다만, 신규수주 확대로 인해 향후 운전자금(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인 경영자금, 임금·원자재비 등)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담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특성에 따라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후판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소폭 인상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후판은 조선업 원가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