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포스코그룹, 연말 인사폭 커질까

지주사 체제 원년, 철강시장 악화에 태풍으로 가동중단까지…임기 1년 CEO, 교체 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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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 원년인 올해 대내외 악재에 시달린 가운데, 철강 관련 계열사들은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상보다 큰 실적 하락에 침수 사고 대응력 논란 등이 겹치면서 그룹의 연말 인사폭이 예년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회장을 제외한 CEO의 사내이사 임기가 1년이어서 매년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1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엠텍 등 철강 관련 계열사들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반면,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ICT 등 철강사업과 비교적 연관이 적은 계열사들은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5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6조9000억 원)보다 23.2% 감소했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은 9195억 원에 그치며 71.0% 줄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에 못 미치는 것은 6분기 만이다. 

주력 자회사인 포스코가 철강시장이 악화된 데다 지난 8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침수 피해를 입어 손실이 커졌다. 포스코홀딩스는 냉천 범람에 따른 연결 영업손실이 4355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2조2960억 원(분할 전 포스코 별도 실적)에서 올해 3분기 3970억 원으로 급감했다. 시황 악화로 판매가격이 하락한데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공장 침수로 인한 영업손실과 복구비 등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임기만료가 2024년 3월이다. 지난해 승진한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 사장, 정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대내외 악재와 이에 따른 실적 급락이 포스코와 포스코홀딩스 경영진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스틸리온(포스코강판)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1136억 원에서 올해 546억 원으로 52.0% 하락했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이 19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96.7% 줄었다. 포스코스틸리온 역시 시장 상황 악화와 공장 침수 피해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2020년부터 3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윤양수 대표는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 하락률이 부담이다.

철강제품 포장과 철강 부원료 사업을 하는 포스코엠텍의 1~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09억 원에서 올해 71억 원으로 31.2% 줄었다. 특히 3분기에는 2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엠텍 역시 태풍의 영향을 받았고 알루미늄 가격 약세 등 외적 요인도 실적에 나쁜 영향을 줬다. 이희근 포스코엠텍 대표는 2021년부터 2년간 수장을 맡아왔다.

포스코건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3분기 3570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2868억 원으로 19.7% 감소했다. 자재가격이 오른데다 외주비도 상승해 원가부담이 커졌다. 2020년 포스코건설 CEO에 오른 한성희 대표는 수익성 감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크게 늘리며 성장잠재력을 높인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규모는 2020년 2조7456억 원에서 2021년 4조213억 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10월까지 4조384억 원을 기록,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기며 최대 실적을 예약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1~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4.7% 증가한 733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글로벌 전방산업 위축으로 실적 하락이 우려됐지만, 에너지, 트레이딩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면서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2000년부터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 주시보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큰 폭의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6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6% 증가했다. 2019년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에 올라 탄탄한 실적 상승을 바탕으로 포스코 주요 계열사 중 가장 오래 한 회사의 CEO를 맡고 있는 민경준 대표는 이번에 4번째 재신임에 도전한다. 올해도 이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가파른 수익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9개 협력사의 중요한 경영사안을 간섭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5억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협력사 임원 임기를 설정해 만료 시 자사 직원을 후임자로 선발·부임토록 하고, 협력사들이 지분을 교차보유하게 하는 등 협력사가 경영사안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 간섭한 것이 드러나 질타를 받았다.

포스코그룹 IT서비스 계열사 포스코ICT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94억 원을 기록, 흑자전환했다. 이번 실적 개선은 지난해 정덕균 대표 취임 후 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포스코ICT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