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올해 실적 분석 결과, 맏형인 현대백화점이 높은 실적 성장을 달성한 반면, 나머지 계열사들은 들쑥날쑥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조기 실시한 연말 인사에서 실적과 무관하게 모든 상장계열사 CEO를 유임시켰다.
2020년과 2021년 연이어 비교적 큰 폭의 사장단 교체를 실시한 만큼 또 한 번의 변화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위드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 같은 결정이 내년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을 모은다.
2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백화점그룹 상장계열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9개 계열사 중 현대리바트를 제외한 8곳의 1~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9개 계열사 중 5곳에 그쳤다.
특히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그룹 상장계열사 중 유일하게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이 회사는 1~3분기 매출 1조347억 원, 영업이익 189억 원, 당기순이익 120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9%, 44.0%, 51.4%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절정에 달했던 코로나19 특수를 이어가지 못했다. 빌트인 가구 공급이 줄고, 사우디아라비아 가설공사 종료 등으로 B2B 실적이 감소했다. 여기에 신규점 확장으로 비용이 늘었다. 2020년 3월 CEO에 오른 윤기철 현대리바트 대표는 지난해 실적 상승으로 주목받았지만, 올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홈쇼핑도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1008억 원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1105억 원)보다 8.8% 감소했다. 채널 변경에 따른 송출 수수료 증가, 판관비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그린푸드(-18.6%, 2020년 1~3분기 764억 원→2021년 1~3분기 622억 원)와 현대에버다임(-11.8%, 34억 원→30억 원)도 영업이익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반면, 현대백화점는 세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 회사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8% 증가한 2조4717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51.4% 늘어난 1702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백화점그룹 상장계열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이 회사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1.0% 늘어난 117억 원을 기록했다. 이희준 현대바이오랜드 대표는 지난해 10월 선임 이후 1년 만에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한섬은 1~3분기 매출(8093억 원→9242억 원)과 영업이익(660억 원→1005억 원)이 각각 16.4%, 52.3% 증가했다.
김민덕 한섬 대표는 지난해 고성장 중인 온라인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사업의 다각화에 나선데 이어 올해 프리미엄 스킨케어 화장품 '오에라(oera)'를 출시하며 화장품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섬은 최근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김민덕 대표는 CEO 자리를 유지하고, 박철규 사장은 한섬의 해외 패션부문을 총괄하게 된다.
현대이지웰도 매출(651억 원→707억 원)과 영업이익(121억 원→146억 원)이 각각 8.6%, 20.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선임된 3명의 CEO 중 장영순 현대이지웰 대표가 올해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반면,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와 임명진 현대에버다임 대표는 영업이익 하락을 경험하면서 엇갈린 성과를 냈다.
김민경 기자 peace@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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