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특구로 불리던 강남 8학군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한때 매년 방학철만 되면 전세·매물 난에 조용할 틈이 없었던 강남구 대치동.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0년부터 강북에서 강남구, 서초구의 고교로 진학할 수 있는 단일학군제가 도입되기 때문.
단일학군제가 시행되면 뚜렷한 차이를 보였던 학군 권역 별 가격 차가 줄어들어 교육 양극화 해소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높이려는 새 입시제도로 내신이 불리한 강남보다는 강북으로의 전입이 활발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
16일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공개한 같은 학교군에 속한 지역의 연간 매매가 변동률을 비교해 본 결과, 일명 "강남 8학군"이라 불리며 명성을 떨쳤던 강남·서초구는 지난해 평균 26.14% 올랐으나 올 1~8월에는 1.45% 하락했다. 7학군에 속했던 강서·양천구도 지난해 26.29% 상승한 것에 반해 올 1~8월에는 2.51%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8㎡(45평형)는 매년 7월, 평균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호가가 오르던 단지였지만 올해는 달랐다. 올 8월, 연초보다 무려 2억원이나 하락한 21억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은마아파트 102㎡(31평형)도 이달 둘째 주 매매가가 10억1,500만원으로 연초대비 1억원
단일학군제 영향 외에도 강남지역은 고가아파트가 많아 정부의 DTI 대출규제 및 분양가 상한제 실시에 따른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학군제 개편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은 목동도 마찬가지. "교육시설을 빼면 시체"라고 할 만큼 우수한 학군수요에 의해 높은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고가의 노후단지가 밀집돼 있는 목동에 거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 목동 신시가지6단지 89㎡(27평형)는 올 들어 7,500만원 하락한 6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또 학군제 개편 이전부터 학교 정원이 이미 초과돼 있는 탓에 전학이 어려워 전세수요가 꾸준히 줄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2단지 89㎡(27평형)의 전세가는 작년 가을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올 들어 4000만원 가량이 하락한 1억9,5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강북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도봉·노원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도봉·노원구의 매매가 변동률은 17.37%, 올 8월 현재 3.45%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다만,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탓에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있어 소폭이나마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방학특수를 맞아 전세 매물 품귀를 보였던 중계동 건영 3차 105㎡(32평형)는 연초대비 전세가가 1,500만원 가량 떨어진 2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청구 3차 105㎡(32평형)도 2,500만원이 떨어진 2억4,000만원 선.
한편, 광역학군제 여파가 미치지 못한 지역은 그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수한 공·사교육 시장에서 소외된 지역들은 여전히 전입보다는 전출이 많기 때문. 은평구 수색동 K 공인 관계자는 "입시제도가 개편됐다고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전입 학생 수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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