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상반기 실적 부진을 하반기에 대거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와 금융업종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정유와 항공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25일 데이터뉴스가 30대그룹 상장계열사 중 2020년 실적을 발표한 176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20년 매출 합계는 1581조526억 원으로, 전년(1620조6941억 원)보다 2.4%(39조6415억 원) 감소했다.
영업이익 합계는 88조7620억 원으로, 2019년(89조6392억 원)에 비해 1.0%(8772억 원)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019년 50조9649억 원에서 2020년 55조398억 원으로 8.0%(4조749억 원)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019년 5.5%에서 2020년 5.6%로 0.1%p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률은 3.1%에서 3.5%로 0.4%p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업종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실적은 국내 기업들이 비교적 선방한 결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들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 뚜렷하게 실적을 개선시켜 상반기의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앞서 데이터뉴스가 지난해 9월 실시한 30대그룹 상장사의 2020년 상반기 실적 조사 결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9%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9%, 38.7%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은 각각 4.4%와 2.7%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전자와 금융업종의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5조993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전했다. 전년보다 29.6% 증가했다. 또 LG전자가 지난해 전년보다 31.1% 증가한 3조19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SK하이닉스는 84.3% 늘어난 5조12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들 3개 기업이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은 176개 30대그룹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49.83%)에 달한다.
이밖에 삼성SDI(영업이익 45.3% 증가), LG이노텍(영업이익 43.0% 증가) 등 다른 전자기업들도 대체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권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한화생명보험이 666.1%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고, 한화손해보험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미래에셋대우(영업이익 51.8% 증가), 삼성생명보험(영업이익 42.9% 증가), 현대차증권(영업이익 33.6% 증가), 삼성증권(영업이익 31.3% 증가) 등 다수의 금융사가 수익성을 크게 높였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다양하게 받은 유통은 전략과 세부 사업 분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마트가 영업이익을 57.4% 늘린 것을 비롯해 GS홈쇼핑(영업이익 29.5% 증가), 현대홈쇼핑(영업이익 18.4% 증가)이 비교적 선전했다. 반면, 신세계(영업이익 81.1% 감소), 현대백화점(영업이익 53.5% 감소)과 롯데쇼핑(영업이익 19.1% 감소)은 부진의 골이 깊었다.
정유사는 최악의 해를 보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2조5688억 원의 영업손실과 2조160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적자전환했고, 에쓰오일도 영업손실 1조877억 원, 당기순손실 7875억 원을 기록해 역시 적자로 돌아섰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영업손실 9192억 원), 현대오일뱅크(영업손실 5933억 원)도 적자에 시달렸다.
이들 기업은 모두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수요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정유 4사의 지난해 영업손실 합계는 5조1690억 원에 달한다.
항공업계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한진칼은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7.5%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LG그룹, 하림그룹, HDC 등의 계열사가 비교적 선전했다.
LG그룹은 LG전자, LG화학 등 실적을 발표한 12개 상장계열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상승했고, 감소한 계열사는 없었다. 하림그룹도 팜스코, 팬오션 등 6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반면, 감소한 기업은 없다. HDC그룹도 실적을 발표한 3개 상장계열사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반면, 효성그룹은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등 8개 상장계열사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반면, 증가한 상장계열사는 효성ITX 1곳에 그쳤다. 롯데그룹도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7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반면, 늘어난 기업은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제과 등 2곳에 머물렀다.
현대백화점그룹(영업이익 감소 6곳, 증가 2곳)과 신세계그룹(영업이익 감소 5곳, 증가 2곳)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장사가 늘어난 상장사를 크게 웃돌았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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