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사는 주부 김모씨(37)는 요즘 기분이 날아갈 듯 하다. 1년 반 전 구입한 싱가포르 아파트값이 무려 2배나 폭등했기 때문. 그녀는 아들의 유학문제로 그곳에 갔다가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 아파트를 구매했다. 종자돈 2억7,000만원을 털고, 나머지 70%는 현지에서 대출을 받아 총 8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배나 뛰었고, 싱가포르는 양도소득세가 없어 시세 차익은 무려 7억5,000만원에 달한다.
물론 김씨처럼 대박이 난 경우는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이처럼 최근 주위에서 해외부동산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가 종종 들리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해외부동산 취득 신고금액은 6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보다 86%나 증가한 것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업체들은 올들어 해외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전화문의가 빗발치고 있다.이에 국내 대표 해외부동산 전문업체 루티즈코리아의 홍은희 리서치본부팀장을 만나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해외부동산 투자, 왜 이리 늘었나
먼저 분양가 상한제와 DTI 규제 등 국내부동산에 대한 정부 규제와 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해외부동산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것.
또 다른 이유는 '펀드'다. 해외부동산을 타겟으로 한 부동산 간접펀드 상품이 활성화되고 투자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직접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 투자자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느낀 고소득층이 투자를 다각화해 해외로 분산 투자하려는 경향도 해외부동산 투자의 열풍을 이끌었다.
해외부동산 투자의 첫 걸음
국내와 달리 해외부동산은 현장을 직접 가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해외부동산 자문 업체나 해외 부동산 사이트 등을 검색해 관심 지역의 부동산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이 후 국내에서 진행되는 투자설명회나 박람회 등의 참석을 통해 투자 시 주의점과 국가별 투자 방법 등을 공부한 후 해당 투자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부동산 투자, 돈 많은 사람만 한다?
일단 그의 대답은 'NO'. 현재 투자의 주요층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40대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젊은 직장인 등 30대도 나서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소액투자자로 불리는 이들은 3,000만원에서 6,000만원정도의 초기 자금만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정도 금액이라면 서민들과 젊은 층도 무리 없이 해외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외부동산 투자, 요즘 어디가 대세?
현재는 교포 및 유학생이 많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고급 콘도미니엄의 붐이 일고 있는 싱가포르의 투자가 많다. 특히 여유자금이 넉넉한 40~50대는 북미나 유럽, 싱가포르의 고급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향이 많고, 30대 젊은층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동남아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가 본격화된 이래 주요투자처로 꼽혀온 미주나 오세아니아보다 동남아가 더 투자가치가 크다는 것. 실제로 최근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도 동남아가 투자 희망 지역 NO.1을 차지했다.
이는 앞서 말한 30대 젊은 소액투자자들의 증가와 맞물려 최근 미국 부동산이 조정기에 접어든데 반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부동산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 또 신규 콘도미니엄,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 주거 및 휴양용 건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몫했다.
해외부동산 투자, 장기 or 단기?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해외부동산 투자는 단기 시세차익을 겨냥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부동산 등락폭이 적은 지역은 장기 투자가 거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의 경우 전매가 가능하고 양도소득세도 없어 단기투자가 유리하다는 전망도 많은데, 양도세가 없다 하더라도 양도시점에서 국내 1가구 1주택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율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내야해서 세제 절감 측면에서도 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
향후 투자유망지역은 어디?
북미와 싱가포르 이외에도 동남아 지역이 뜰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이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 몽키아라, 필리핀의 마카티, 포트 보니파쇼 등이 대표적. 다른 아시아지역으론 일본 도쿄(중심가)와 인도 뭄바이(특히 상업용 빌딩)도 괜찮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2012년 올림픽 개최지인 영국 이스트런던을 비롯, 동유럽 국가(터키·루마니아·불가리아),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독일은 프랑스 등 주변 국가에 비해 부동산 시장이 정체됐던 터라 더욱 기대되는 곳. 그 외 2010년 월드컵 개최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로코 등이 유망하다.
부동산 투자, 이것만은 조심!
어쨌든 국내가 아닌 '물 건너 투자'인 만큼 낭패를 보고 싶지 않다면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라는 말처럼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해외부동산 투자 실패 확률을 줄이고 싶다면 다음 사항을 염두해두자.
첫째, 환율변동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구입 했을 당시보다 되팔 시점에 현지화 대비 원화값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거주 목적으로 샀다면 장기 체류시 영향을 덜 받지만 1~2년 단기투자 시에는 환위험 노출을 피할 수 없다.
둘째, '해외파 기획부동산'을 믿지 말자. 이른바 '해외파 기획부동산'로 불리는 이것은 "1~2년만땅값이 배로 뛸 것"이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들의 내세운 상품들은 소유권 주체와 거래 구조가 확실치 않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땅을 일반인에게 비싸게 쪼개 파는 일도 있으니 조심.
셋째, 개인이나 지인을 통한 투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소개받은 교포나 친지 등의 경우로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럴땐 물건이나 거래과정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피해를 보상받기가 사실상 힘들다. 따라서 국내 공인중개사처럼 현지에서 허가받은 중개인이나 에이전트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전.
넷째, 현지 방문은 필수! "부동산은 반드시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해외투자도 마찬가지. 계약 전 현장을 방문해 입지여건, 주변시세, 교통여건, 예상 임대료 등을 꼼꼼히 살펴봄이 바람직하다.
마지막, 선진국은 대개 우리나라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적지만, 국가별로 편차가 커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부동산 취득ㆍ등록세가 없지만 시세의 0.5% 정도를 등기이전세로 내야하고, 영국은 취득세가 없지만 집을 살 때 시세의 1~1.5%를 등록세로 내는 등 국가별로 부과되는 세금이 제각각이다. 투자 대상국의 세금과 기타 취득비용들을 미리 알아두면 추후 발생할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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