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조차 괴로운 무더운 여름. 갈수록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밤을 새우는 올빼미족들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이럴 땐 그저 수박 한 덩이 잘라놓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무서운 이야기로 더위를 쫓는 것이 제격. 등골이 오싹해지는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면 어느새 더위는 저만치 달아나게 된다.
유독 여름밤에 더 재미있는 무서운 이야기. 듣고 싶지 않으면서도 또 듣고 싶게 만드는 무서운 이야기의 매력은 무더운 여름밤, 더욱 빛을 발한다.
무서운 이야기 못지않게 여름을 잊게 해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포영화.
공포, 영화는 영원한 여름의 스테디셀러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공포영화는 특히 여름에 사랑받는 장르다. 뜨거운 여름을 식혀주었던 공포영화는 오늘(7.13-금요일) 더욱더 생각나는 '13일의 금요일'을 비롯해 '엑소시스트', '나이트메어', '오멘'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어 공포영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던 '스크림' 시리즈, 국내에 일본 호러 바람을 몰고 왔던 '링'등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철 완소 공포영화들이다.
올여름 개봉 공포영화는 얼추 16편으로 그중 10편가량이 국내산이다. 색다른 소재와 주제로 '흐느적거리는 관절 꺾인 귀신'이나 '묻지마 살인' 등의 스토리 없는 공포물에 식상해 하던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세는 단연 메디컬 공포. 배경이 병원은 아니지만 인간의 감정을 못 느끼는 정신병 사이코 패스를 소재로 다룬 '검은 집'부터 의대의 해부학 교과 과정을 다룬 '해부학교실', 수술 중 각성을 주제로 한 '리턴', 일제시대 경성 병원을 배경으로 한 '기담' 등이 그것이다.
또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의 공포를 다룬 '두 사람이다'와 베트남의 이국적 배경이 매력적인 '므이'도 주목할 만하다.
공포, 무대로 자리를 옮기다아직도 TV나 스크린에서만 공포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최근엔 무대에서도 소름끼치는 공포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연극, 뮤지컬, 무용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극단 여름사냥이 선보이는 옴니버스 공포연극 '죽이는 이야기'가 단연 돋보인다. 엽기와 반인륜적 범죄에서 모티브를 딴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순수 창작극으로 우리 주변에 일어났거나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로 사실성을 더했다.
"공포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없다"는 극단 여름사냥 대표 겸 '죽이는 이야기'의 연출 김재환(38). 그는 2005년 국내 최초의 공포연극 '엠에볼'을 시작으로 매년 여름 공포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 속 공포는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연극은 공포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말로 극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공포연극의 사실적인 현장감은 그 어떤 공포영화도 따라 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실제로 '죽이는 이야기'를 관람하던 관객들은 진짜 귀신을 본 것처럼 괴성을 지르고 놀라기 일쑤였다. 특히 귀신역의 배우가 객석으로 내려 왔을 때, 관객의 반응은 과히 놀랠 '노'.
너무 무서워서 의자 밑에 숨기까지 했다던 관객 신진영(23)씨는 "공포연극이 드라마나 영화보다 훨씬 더 떨리고 무섭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올 여름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줄 공포연극은 '죽이는 이야기' 외에도 '오래된 아이(극단 마루)', '위험한 시선(극단 쎄실)'등이 있다. 또 춤으로 공포를 표현한 무용극 '이모션'도 추천할 만 하다.
공포, 직접 그 실체를 찾아 나선다영화나 공연 등의 허구가 아닌 실제 공포를 체험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기기묘묘한 소문이 무성한 폐가나 버려진 학교 등을 찾아가 진짜 귀신을 경험하는 것. '흉가체험'이라 불리어지는 공포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이것과 관련된 동호회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다음의 심령동호회(http://cafe.daum.net/gusin).
2000년11월 문을 연 이곳은 현재 회원 수 5만 명으로 흉가체험 관련 동호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방송이나 매스컴을 탄 적도 여러 번으로 '현직 퇴마사와 함께하는 흉가체험'으로 정평이 나있다.
동호회의 운영자 귀천(닉네임)은 처음 흉가체험을 시작했을 당시 일주일에 한번 꼴로 다닐 정도로 '흉가체험'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발로 뛰어다니며 흉가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는 그는 회원들의 제보나 인터넷의 떠도는 소문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흉가체험'은 귀신을 보거나, 소리만 듣거나, 귀신의 기만 느끼는 는 등 개개인마다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흉가체험'에 참석했었다는 회원 L은 "나는 귀신을 볼 수 없었지만, 흉가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얘기했다.
이달 말쯤 다시 '흉가체험'을 떠날 계획이라는 심령동호회. 그들은 '흉가체험'을 이렇게 정의했다.
"영화나 공연 등의 간접 공포체험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울 뿐이지만, 진짜 귀신이나 혹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는 '흉가체험'은 '공포' 외에도 진솔한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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