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최병철 현대차증권 사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CEO 비중이 꾸준히 늘어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무통 CEO들이 경영능력을 입증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도 높은 CFO 출신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데이터뉴스가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대표이사(내정자 포함)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12개 상장사 대표이사 16명 중 31.3%인 5명이 CFO 출신으로 집계됐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CFO 출신 대표이사 비율(11.5%)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상장사 CEO 중 CFO 출신은 가장 먼저(2014년 11월) 대표에 오른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을 비롯해 이원희 현대차 사장(2016년 3월 대표 선임),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2018년 3월 대표 선임),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2019년 12월 대표 내정), 최병철 현대차증권 사장(2019년 12월 대표 내정)이다. 최근 5년간 거의 매년 1, 2명씩 CFO 출신 CEO를 선임한 셈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에서 30년 이상 재무파트 경력을 쌓은 재무통이다. 현대차 미국법인 국제금융팀장과 재경담당 임원을 거쳐 2009년 현대차 재경본부장을 맡았다. 2016년 대표에 오른 이 사장은 현재 기업전략·사업관리·국내영업·재경을 총괄하면서 현대차를 안정적으로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CEO 인베스터 데이’ 등을 통해 직접 중장기 사업·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시장 소통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30년 이상 재무부서에서 일한 박한우 기아차 사장 역시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현대차 인도법인 재경담당 임원과 인도법인장을 거쳐 2012년 기아차 재경본부장을 맡은데 이어 2014년 대표에 임명됐다. 이후 두 차례 재선임되면서 자동차 업계 장수 CEO가 됐다. 박 사장은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기아차의 체질을 개선하고 내실경영과 수익성 확보 능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기아차는 박 대표 체제에서 꾸준히 실적을 개선, 2014년 47조970억 원인 매출을 지난해 58조1460억 원으로 늘렸고, 수익성도 2018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97억 원)이 전년보다 73.6%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실적 반등을 주도한 박동욱 사장도 현대차그룹의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현대차에서 재무관리실장, 재경사업부장 등을 맡았다. 2011년 현대건설로 돌아온 박 사장은 재경본부장을 거쳐 2018년 대표로 선임됐다. 취임 첫 해 고전했지만, 지난해 수주 목표를 초과달성하며 수익성 반등에 성공, 2016년 이후 이어진 영업이익 하락의 고리를 끊었다.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상황을 개선하면서 기업의 안정감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무분야 전문성을 토대로 현대차증권에서 최대 실적을 이끈 이용배 사장은 지난해 말 위기에 빠진 현대로템의 구원투수로 낙점됐다. 이 사장은 현대차에서 회계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 기획조정3실장을 맡은데 이어 현대위아 기획·재경·구매·경영담당을 역임했다. 2016년 HMC투자증권(현대차증권) 영업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사장은 2017년 대표에 올랐다.
현대차증권은 이 사장 취임 후 매년 수익성이 상승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44.5%, 42.1% 성장했다. 이 사장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로템의 수익성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혁신을 추진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용배 사장이 현대로템으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현대차증권 대표는 역시 재무 전문가인 최병철 현대차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맡게 됐다. 최 사장은 현대모비스 재경사업부장, 재경실장, 재경본부장을 거쳐 현대차 재경본부장을 역임했다. 현대차그룹은 재무 전문성을 갖춘 최 사장이 리스크 관리와 내실경영을 통해 현대차증권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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