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상‘과 ’KT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 문제는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제를 보자. 한국은 이미 검증된 미국식 대통령을 채택했다. 1961년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 역시 이 제도를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1969년 3선개헌에 이어, 71년 대선 후 위협을 느낀 나머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뽑는 체육관 간접선거로 대통령 선거제도를 후퇴시켰다. 1980년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역시 일명 ’체육관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임기말 시민혁명에 못 이겨 직선제도입과 5년 단임제라는 기형적인 꼼수를 채택했다.
‘KT현상’도 그렇다. 2002년 민영화됐다. 그러나 주식 한주도 갖지 않은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행사해왔다. 그나마 이용경, 남중수 CEO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최소한 KT출신을 낙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낙하산 인사로 임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KT조직은 애사심과 정체성은 온데 간 데 없고 정치만 난무하는 조직으로 변했다. 이 전 회장은 건물은 물론 위성까지 팔아먹는 등 각종 비리설이 난무했다. 민원성 고위급 외부 낙하산 인사가 수십 명에 달할 정도였다. 박근혜 정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통신과는 무관한 삼성반도체 부문 출신, 황창규 사장이 임명됐다. 회장 공모 4배수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제외시키는 방법까지 똑같았다.
그 결과 KT의 경쟁력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 경우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경영 손실을 메꾸기 위해 급급했다. 황 회장 경영실적도 전임 때보다는 낫지만 그리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반면 최고 CEO연봉은 역방향이다. 과거 이석채 회장은 연봉(20억)+아이폰 장려금(60억) 등 총 8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황 회장 연봉도 만만치 않다. 외인부대들이 KT회장 자리를 탐내는 이유다. 사외이사만 돼도 차원이 다르다.
이제 황 회장의 연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2월이 끝이다. 이미 차기 회장선임을 놓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KT는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공모 준비에 돌입했다. 차기 회장 선임프로세스를 만들었으며, 2018년 주총을 통해 정관까지 개정했다.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분산했다. 회장 선임프로세스를 지배구조위원회에서 회장후보군의 조사·구성,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서 회장후보자들을 심사하고,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하여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지배구조위원회(위원장 김대유)를 중심으로 사내 회장 후보자군 구성 및 조사를 본격 진행 중에 있다. 아울러 공개모집 및 전문기관 추천 등을 통해 내외부 모두를 고려한 최적의 차기회장 후보자군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반대파에서는 지배구조 위원회 멤버가 황창규 회장 사람이라며, 이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주인도 아닌 사람이 ‘상왕’이 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위원회가 황 회장 사람이며, 이사회 전체 운영 총괄은 황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삼성 출신 경영지원부문장인 김인회 사장이다.
그러나 계획대로 차기 최고 CEO가 선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연히 상처입을 사람만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안 된다. 이번에도 낙하산이면 꼼수를 부린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 답은 간단하다. 선진국들이 채택한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면 될 일이다. 선진국들이 공기업의 민영화 이후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 모델을 따르면 간단하다. 특히 영국 대처 수상이 어떻게 민영화의 어머니가 되었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민영기업은 주주와 직원이 주인이다.
황창규 회장도 정말 투명한 차기 최고 CEO선출시스템을 도입해야할 책임이 있다. 자기사람 심기 밀실시스템은 안된다.
무엇보다 정부개입은 안 된다. KT가 제 자리를 찾아가도록 놓아둬라. 적어도 낙하산보다는 낫다. KT는 대한민국 통신산업 더 나아가 IT산업의 자존심이다. 수렁에 빠진 KT가 더 이상 허우적거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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