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의 순사업비율이 주요 손해보험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격적인 경영 전략으로 대리점 수수료 지급 규모가 크게 증가한 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영 전략이 불완전판매비율과 민원건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고객 만족도와 직결된 여러 지표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4년여만에 부활시킨 종합검사 첫 대상자로 메리츠화재와 한화생명을 지목한 상태다.
7일 데이터뉴스가 손해보험협회에 공시된 당기순이익 상위 5개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메리츠화재의 2018년 순사업비율이 26.5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5개 손보사의 평균 순사업비율(21.64%)과 비교하면 4.9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메리츠화재의 순사업비 및 순사업비율 증가폭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지난 2018년 기준 메리츠화재의 순사업비 규모는 1조7912억 원으로 직전년도(1조3869억 원) 대비 2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 5개 기업의 순사업비 규모는 총 11조2892억 원에서 11조9936억 원으로 6.2% 증가했는데, 메리츠화재의 증가율은 업계 평균보다 22.9%포인트나 높은 셈이다.
순사업비율 역시 1년 사이 3.67%포인트나 급증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순사업비율은 26.57%로 직전년도(22.9%) 대비 3.67%포인트 상승했다. 업계 평균 순사업비율이 2017년 20.52%에서 2018년 21.64%로 1.12%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약 3배가량 가파른 증가폭이다.
데이터뉴스가 메리츠화재의 순사업비 지급 경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은 순사업비 증가는 대리점수수료와 신계약비, 신계약비상각비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에서도 '대리점수수료' 지급 규모가 1년 사이 66.9% 증가하면서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가 지출한 대리점수수료 규모는 2017년 1679억 원에서 2018년 2803억 원으로 1년 사이 66.9%, 1124억 원가량 증가했다. 신계약비와 신계약비상각비는 각각 55.4%, 29.3%씩 증가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대리점 수수료 증가율이 메리츠화재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있다.
이미 메리츠화재는 독립대리점(GA)에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메리츠화재는 타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수수료보다 높은 금액을 제공해 GA채널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업계에서는 출혈성 경쟁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리점 수수료의 경우 GA채널과 개인 대리점 등이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해당 증가율을 전적으로 GA의 탓으로 풀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메리츠화재가 전속 채널보다 GA채널 강화에 주력했던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경영 전략 덕분에 메리츠화재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업계 순위가 5위에서 4위로 올라서며 선방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영업이익은 3642억 원, 당기순이익은 2535억 원으로 KB손해보험(영업이익 2765억 원, 당기순이익 1856억 원)을 따돌리고 업계 4위에 안착했다.
그러나 고객 만족도와 직결되는 불완전판매비율과 민원 건수, 보험금 불만족도, 청약 철회 비율 등은 모두 5개 손보사 가운데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018년 기준 메리츠화재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1%다. 직전년도(0.17%)와 비교하면 0.08%포인트 감소한 수치지만, 5개 손보사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5개 손보사의 평균 불완전판매비율은 0.078%이며,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현대해상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06% 정도다.
불완전판매계약해지율 역시 메리츠화재가 가장 높다.
2018년 기준 메리츠화재의 불완전판매계약해지율은 0.1%로 직전년도(0.13%)보다 0.03%포인트 감소했으나 업계 평균(0.074%)보다 0.026%포인트 높은 상태다.
보험금 청구 후 해지율도 메리츠화재가 1위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보험금부지급률은 1.61%로 5개 손보사 중 3위를 차지했다. 직전년도(2.11%)보다 0.5%포인트 감소하면서 양호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보험금 청구 뒤 계약 해지 건수는 메리츠화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8년 메리츠화재의 보험금 청구 후 해지건수는 총 644건으로 업계 평균(446.4건)보다 197.6건이나 많았다. 특히 직전년도(288건)와 비교하면 해지 건수가 1년 사이 123.6%나 증가하면서 업계 평균 상승률(36.5%)보다 87.1%포인트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불만족도 부문 역시 메리츠화재가 불명예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보험금 불만족도는 0.24%로 업계 평균(0.16%)보다 높았다. 특히 전년(0.15%) 대비 0.09%포인트 증가하면서 업계 평균 상승률(0.03%)을 크게 웃돌았다.
보유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 건수 역시 메리츠화재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8년 기준 메리츠화재의 보유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 건수는 39.5건이다. 같은 기간 5개 손보사의 평균 환산 민원 건수가 30.75건인 점을 감안하면 8.7건이나 많은 상태다. 민원 건수가 가장 적은 KB손해보험(28.74건)과 비교하면 10.76건이나 많은 규모다.
메리츠화재는 청약철회비율도 1위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신계약 건수 대비 청약철회 건수 비율은 4.57%다. 100건 중 4.5건은 보험 청약이 철회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5개 손보사의 평균 청약철회비율은 3.56%로, 메리츠화재는 이보다 1.01%포인트 높다.
특히 업계 평균 청약철회비율이 직전년도(3.67%) 대비 0.12%포인트 감소한데 반해 메리츠화재는 1년 전(4.17%)보다 0.4%포인트 증가해 이목이 쏠린다. 5개 손보사 가운데 청약철회비율이 증가한 곳은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박시연 기자 si-yeon@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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