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워진 SK의 M&A DNA...목록에 케이블TV 추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계약…"관심 없다" 입장 불구, 다음은 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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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배고프다. SK그룹의 기업 M&A(인수합병)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케이블TV다. 이어 "관심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 놓고 있지만, 업계에선 "SK의 다음 표적은 아시아나 항공이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의 M&A DNA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SK텔레콤의 IPTV 및 초고속인터넷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산업의 케이블TV 2위 사업자 티브로드의 합병법인이 2020년 1월 1일 출범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지난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결의한데 이어 합병 추진 본계약까지 체결했다.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SK브로드밴드는 447만 명, 티브로드는 315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두 회사가 합병하면 가입자는 총 762만 명에 달한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KT-KT스카이라이프(총 가입자 986만 명)에 이어 LG유플러스-CJ헬로(총 가입자 781만 명)와 근소한 차이로 2위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은 외부 회계법인의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비율을 75대 25로 산정했다.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는 5조 원으로 평가됐다. SK텔레콤은 합병법인 지분의 74.4%를 보유한 1대 주주가 되고, 태광산업은 지분 16.8%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된다. 또 재무적투자자(P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가 40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8.0%를 확보했으며, 자사주 및 기타 0.8%다. 

SK텔레콤이 인수보다 합병을 택한 것은 티브로드와 SK브로드밴드를 각각의 자회사로 두는 것보다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시너지를 내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유료방송 시장은 케이블TV와 IPTV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통신과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수보다 합병방식이 비용 소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합병 추진 이유로 거론된다. 기업가치 평가를 거쳐 주식을 합치고 재무적투자자가 참여하면서 SK텔레콤은 별도의 현금 투입 없이 762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유료방송 사업자를 소유하게 됐다.

SK텔레콤, 태광산업 등은 5월 초 과학기술정통부에 인허가 신청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각각 제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2016년 CJ헬로를 인수를 추진했으나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유료방송 업계 인수합병과 관련해 "3년 전과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히는 등 당시와는 여러가지 여건이 달라진 만큼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성공적인 M&A와 투자를 통해 끊임없이 사업영역을 넓혀온 SK그룹은 인수합병목록에 유력 케이블TV 사업자를 추가하게 될 전망이다.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SK 계열사 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SK그룹은 2000년 이후 진행한 규모 1000억 원 이상의 지분인수(투자 포함)가 17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분인수 규모를 1조 원 이상으로 좁혀도 신세기통신, 하나로텔레콤, 하이닉스반도체, 도시바메모리 등 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통신사업에 뛰어든 SK그룹은 2000년 신세기통신을 2조7473억 원에 인수한데 이어 2008년 1조877억 원에 하나로텔레콤의 지분 38.9%를 추가 확보하면서 유무선을 아우르는 통신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통신사업은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SK그룹이 성장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SK는 또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면서 그룹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당시 다른 그룹들이 인수의사 타진에 반응하지 않은 가운데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SK하이닉스를 품에 안았다. 3조3747억 원의 인수자금이 들어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1.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2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특히 SK그룹이 내수 위주 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M&A와 투자를 통한 SK의 사업 확장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SK는 지난 1년 간 국내 대표적인 보안서비스기업 ADT캡스(7120억 원)와 미국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기업 엠팩(8070억 원) 인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지분 인수 참여(3916억 원) 등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이들 3건에 대한 투자금액만 2조 원에 육박한다.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는 SK의 장점인 ICT와 보안의 시너지 확보,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 강화, 그룹의 캐시카우가 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적절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최근 해외투자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2년 간 베트남의 2위 민간기업 마산그룹에 5300억 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그랩에 810억 원, 미국의 셰일가스 관련 기업 유레카미드스트림에 1172억 원을 투자했다.

한편, SK의 적극적이고 성공확률 높은 M&A 이력은 최근 재계의 뜨거운 이슈인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SK㈜의 현금성 자산이 6조7830억 원에 달하는 등 우위에 있는 자금력과 함께 정유 계열사와의 상호보완성, SK텔레콤 등과의 마케팅 연계 등 그룹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SK와 아시아나항공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심 없다”는 SK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유리하게 돌아갈 경우 입장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