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현대자동차가 투자 확대 전략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오는 22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양측의 입장이 대립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주총 결과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를 압두고 고배당 요구, 사외이사 제안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배당금 총액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해 5조8295억 원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1조6450억 원)의 3.5배에 달한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도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배당금 총액은 2조5001억 원으로, 지난해 현대모비스 당기순이익(1조8882억 원)을 웃돈다.
이와 관련,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경쟁사에 비해 상당한 초과 자본상태로, 과도한 순현금자산을 보유해 자기자본수익률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대차대조표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대규모 현금 유출로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기말배당을, 현대모비스는 보통주 1주당 4000원의 기말배당을 결정해 주총에 상정해놓은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또 지난달 27일 45조3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주주 설득에 나섰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연구개발, 경상투자 등에 30조6000억 원,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에 약 14조7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과거 5년간 투자액보다 58%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2022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ROE) 9%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수익성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당장의 고배당보다 공격적 투자를 통해 기업 경쟁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려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향상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엘리엇의 공세에 실적 개선이라는 맞불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엘리엇은 최근 공개한 ‘현대차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해당 투자에 대한 수익률이 과거와 어떻게 다를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비판했다.
현대차와 엘리엇의 배당안은 둘 다 이번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된다. 주주들은 두 안 중 하나를 택해 표결하게 된다.
이번 주총의 또 다른 쟁점은 사외이사 선임 건이다. 현대차는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등 3명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상정했다. 엘리엇도 주주제안 방식으로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한 상태다.
양 측은 전문성과 다양성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적합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이들 6명의 후보 중 다득표 순으로 3명의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현대모비스도 브라이언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탈 공동대표 등 2명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엘리엇 역시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다득표 순으로 2명의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다만,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이사 수를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개정을 제안했는데, 이사 증원 안건이 통과할 경우 현대모비와 엘리엇 추천 후보가 모두 선임될 수도 있다.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진을 견제하고 경영상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쪽 추천 후보가 선임되느냐가 향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업 운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양측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현대차·현대모비스와 엘리엇은 민감한 안건들이 다수 상정된 이번 주총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세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주총 의결권 위임을 권유한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현대차 주식 2.9%, 모비스 주식 2.6%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엘리엇은 두 회사 주주들에게 자신의 안이 담긴 공개 서신을 보낸데 이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도 공개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역시 주주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안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유리하다는 점을 설득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엘리엇과의 논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국내외 주주들에게 현대차 성장전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데 실패할 경우 향후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이번 주총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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