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게 죄는 아니다. 시간 흐르면 어린아이 청년으로 자라 중년되고, 금 새 어르신이다. 세월 가는 것 막을 수 없다. 나이 드는 게 어찌 죄겠는가. 창조적 에너지만 있다면 축적한 경험과 통찰력은 세월 거슬러 언제라도 폭발 할 테니, 어떤 이에겐 되레 축복이겠지.
비극은, 아이 울음소리가 줄고 청년들은 비명을 지르는데 세상은 더 늙어간다는 데 있다. 고령화 문제는 세계 모든 나라의 고민이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확실한 방법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는 것은 어르신 복지정책보다 더 어렵다.
데이터뉴스는 재미있는 통계를 잡았다. 재계 CEO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 중앙행정기관 수장들의 연령 스펙트럼에 대한 조사다. 정부 행정부처를 포함한 중앙행정기관 52곳 수장과 30대그룹 상장계열사 CEO 246명의 연령대 구성을 분석하는 게 조사의 출발점이다.
일단 평균 연령은 정부가 한 살 더 많다. 중앙행정기관장 52명의 평균 출생연도는 1959년, 만 60세다. 재계 CEO 평균은 1960년, 만59세다.
한 살 차이다. 하지만, 평균 출생연도를 보면 상징적인 팩트가 보인다. 재계는 1950년도에서 벗어나 1960년도에 안착했다. 재계 오너의 후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책임지는 상황이라 더욱 연령은 내려갈 전망이다.
또 주목할 대목은 연령대 구성이다.
재계 CEO는 1938년생부터 1982년생까지 포진했다. 최연소와 최고령의 차이가 44세. 반면 정부 중앙행정기관장은 최고령이 1946년생, 최연소가 1967년생으로 21세 차이가 난다. 연령 스펙트럼으로만 보자면, 재계와 정부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특히 정부 중앙행정기관장에는 1970년대 생이 한명도 없다. 1970년 생은 만 49세, 결국 정부 주요부처 수장에 40대는 단 한명도 없다는 얘기다. 1967년 생인 김외숙 법제처 처장,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최연소다. 1982년 생 이우선 유니온머티리얼 대표를 포함 1970년 이후 출생자가 10명, 전체의 4%를 넘는 재계의 연령대 스펙트럼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나이가 세상을,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눈을 전적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데이터뉴스의 조사가 의사결정권을 가진 대표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재계CEO가 회사 운명을 걸고 사업프로젝트의 진행과 포기를 결정하듯, 정부 부처 장관들은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다. 연령대 스펙트럼은 의사결정시 반영하는 다양성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대한민국 일반 직장에선 40대 중반만 넘어도 자신이 이른바 ‘꼰대’가 아닌지 자문한다. 그 때 즈음이면 조직에선 부장, 팀장, 임원으로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해야 할 위치다. 부서원과 팀원들을 이끄는 위치에서, 자칫하면 팔딱팔딱 뛰는 젊은 친구들의 창의적 사고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든 자가 경계해야할 최우선 리스크다. 오죽했으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제1 덕목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일까.
대한민국 정부조직은 더 젊어야 한다. 평균 연령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연령대 구성을 더 아래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52명의 중앙행정기관장 중에 40대 인사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은 정부조직이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역설한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41세다.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48세다.
우리도 머지않아 패기와 지혜가 넘치는 젊은 대통령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 전에,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를 넘기기 전에, 우선 40대 장관 이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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