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국내 제약사의 해외 기술이전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최근 10년간 기술수출이 75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 이후 30년간 기술 이전건수는 총 123건으로, 61%가 최근 10년 사이에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기술이전을 받은 해외 기업이 권리를 반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4일 데이터뉴스가 한국기업평가의 '국내 제약사 기술수출 현황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89년 한미약품이 국내 기업 중 처음 기술수출에 성공한 이후 30년 간 총 53개 기업의 기술 123건이 해외 이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들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전체 기술수출의 61%인 75건은 최근 10년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기술수출건수도 1989~1998년 0.9건, 1999~2008년 3.9건, 2009~2018년 7.5건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기술·물질·제품·특허) 등을 타사에 이전(라이선스아웃)하는 기술이전계약 중 해외 대형 제약사를 계약 상대방으로 하는 거래를 통상 기술수출로 정의한다.
기술수출 건수 증가와 더불어 최근 계약규모도 크게 증가하면서 2016년 이후 계약규모가 1000억 원 이상인 프로젝트만 14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5조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데 이어 올해 유한양행이 얀센바이오텍과 1조4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조 단위 계약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별로는 한미약품이 13건으로 가장 많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매출 대비 두 자리 수 연구개발 비중을 유지하면서 시장성 높은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한 결과, 2015년에만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과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렸다. 한미약품은 2015년 기술수익으로 5125억 원이 유입됐다.
한미약품의 뒤를 이어 동아에스티(동아제약 포함 12건), LG생명과학(11건), 대웅제약(한올바이오파마 및 한올제약 포함 9건), 유한양행(6건)이 비교적 높은 기술수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술수출 증가와 함께 국내 기업의 기술을 이전받은 해외 기업들이 중간에 권리를 반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국내 제약사가 처음 발표한 기술수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6년 이후에 5건의 굵직한 기술수출건이 권리반환 등으로 인해 계약 변경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기술수출을 한 한미약품이 권리반환도 가장 많은 3건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와 코오롱생명과학도 해외 계약 상대방의 권리반환을 경험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항암제 ‘올무티닙’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약품은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과 총 7억3000만 달러 규모의 올무티닙의 기술이전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비슷한 기전의 표적항암제가 미국, 유럽에서 시판돼 시장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베링거인겔하임이 2016년 9월 관련 기술 권리를 반환했다. 결국 한미약품이 올무티닙 기술수출로 얻은 수익은 계약금 5000만 달러와 개발단계별 기술료 1500만 달러 등 총 6500만 달러에 그쳤다. 당초 계약규모(7억3000만 달러)의 8.9% 수준이다.
또 베링거인겔하임의 권리반환으로 올무티닙의 글로벌 개발속도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파트너 기업 자이랩도 신약개발 전략을 수정하면서 지난 3월 중국 내 권리를 반환했다.
동아에스티가 2016년 4월 토비라에 이전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DA-1229(에보글립틴)도 토비라가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 인수된 뒤 연구개발 전략을 변경하면서 권리를 반환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11월 일본 미쓰비시타나베와 계약금 25억 엔 등 총 계약규모 457억 엔 규모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7년 말 미쓰비시타나베가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 취소 및 계약금 반환을 통보했다. 중재 절차를 통해 계약관계는 종료됐으나, 계약금 반환의무에 대한 사항은 미정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 및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이 경쟁이 치열하고 기존 제품이나 파이프라인이 많은 항암, 당뇨 등의 병증에 집중돼 경쟁제품 등장으로 상업성이 떨어지기 쉬운 편이다. 더구나 전체 계약규모에 비해 계약금 비중이 낮은 경우가 많아 해외 계약 상대기업이 좀 더 수월하게 권리반환을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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