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이루비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역대 주요 금융지주 회장 12명 중(현역 제외, 중복 포함) 4명이 금융당국의 징계 또는 징계를 앞두고 물러나거나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데이터뉴스 분석결과 드러났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는 금융당국의 회장 선임 연기 요청에도 불구 예정대로 내·외부 회장 후보 7명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한 후 숏리스트(최종후보군)를 발표했다.
숏리스트에는 3연임에 도전한 현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이사와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이 포함됐다. 회추위는 이들 후보군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과 심층면접을 거쳐 22일 최종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대표의 경우 외부 인물로 하나금융 회장에 외부 인물이 선임된 전례가 없는 데다, 김 전 행장의 경우도 외환은행 출신으로 피인수 은행 출신을 회장 자리에 앉히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회추위가 금융당국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까지 일정을 강행한 것도 결국은 김 회장의 연임을 조기 확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중국 투자와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 채용비리 등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회추위에 요청한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다 해도 회장 직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노동조합, 시민단체, 일부 정치권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에 따라 하나금융에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 등이 바로 검사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또 김 회장 등은 현재 금감원 검사 외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검찰에 고발돼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후 은행법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회장 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 5조 제1항 제5조는 '이 법 또는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제 2항에서 임원으로 선임된 사람이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할 경우 그 직을 상실한다고 정하고 있다.
꼭 형을 선고받지 않아도 금융당국이 검사 결과에 따라 징계에 착수할 경우 회장 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데이터뉴스 조사 결과 주요 금융지주사 역대 회장 중 금융당국의 징계 또는 징계를 앞두고 회장 직을 키진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2009년 KB금융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지만 금감원이 ‘사후 중징계’ 제재를 내리면서 내정자에서 물러났다.
앞서 2008년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던 황영기 전 회장은 금융위가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1조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리자 2009년 1년여 만에 회장 직에서 하차했다.
또 2010년 3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4연임에 성공했지만, 그해 10월 금감원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중징계 방침을 통보하자 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2014년에는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이 징계 수위를 높여가면서 압박하자 중도 하차했다.
당시 금감원 제재심은 KB금융 내분사태로 임 전 회장에서 '주의적 경고'를 내렸으나 최수현 당시 금감원장은 '문책경고'로 수위를 더 높였다. 금융위는 임 회장에게 금감원장 징계보다 더 높은 '3개월 직무정지'를 내렸고 결국 임 회장은 물러났다.
이들 외에도 금융당국의 징계는 아니지만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도 정권이 바뀌면서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에 연임을 포기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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