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꿈’인 5대그룹 부회장 자리를 분석해본 결과 수도권과 영남 출신이 92%를 차지했다. 데이터뉴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나이 62세(1956년생)에 서울·경기·영남 출신이 다수다.
부회장은 주요 그룹에서 샐러리맨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국내 그룹 문화에서 회장은 대부분 오너 몫이다.
롯데를 제외하고 주요 그룹이 2018년 정기임원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의 부회장 수는 총 25명으로 집계됐다. 오너 일가는 6명으로 전체 부회장 중 24%를 차지했다. 25명의 부회장 중 서울이 14명, 영남 출신이 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경기와 영남 출신의 비중은 92%에 달했다. 충청 출신은 2명, 호남 출신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명의 오너를 제외하면 19명 중 서울·경기 12명, 영남 5명, 충청 2명인 셈이다.
그러나 뿌리가 영남기업인 재벌2세, 본적을 서울로 바꾼 사람까지 고려할 경우 영남이 가장 많다. 삼성과 현대차, LG, 롯데 등 SK를 제외한 4대그룹의 창업자 고향이 영남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정권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해방 이후 70년 동안 영남정권은 46.15년으로 사실상 영남정권인 최규하 정권 10개월을 더하면 47년이 넘는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모두 영남출신이다.
과도기적인 정권과 이승만 김대중 정권만 비영남정권인 셈이다.
역대정권 집권기간을 분석해보면 이승만 11년 9개월, 윤보선 1년 7개월, 박정희 15년 10개월, 최규하 10개월, 전두환 7년 5개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각각 5년, 박근혜 4년, 문재인 8개월(진행형)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초창기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20대기업 중 삼성,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모두 고향이 영남이다. 공기업인 한전, LH, 도로공사, 농협, 가스공사, KT, SH공사를 제외하면 SK(수원), 한화(천안), 한진(인천), 두산(호남) 4곳만이 뿌리가 비영남이다. 정주영이 창업한 현대 역시 영남으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비영남 기업들은 기업이 망하거나 홍역을 많이 치르는 것처럼 보인다. 오너 수장이 세무조사와 재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형제가 모두 의왕학교에 가는 경우도 있었다. 호남이 뿌리인 해태는 일찍이 이름없는 회사로 전락했고, 금호도 이명박 정권 이후 공중분해 되다시피 했다. 작지만 충청도가 뿌리인 웅진과 경남기업도 사실상 망했고, 대보 역시 현재 수장이 구속 중이다. 강원도가 뿌리인 동부도 좀 그렇다. 물론 이들 기업의 경우 무엇보다 경영실패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정권과 그에 따라 검찰 요직을 특정 지역출신들이 독점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기업의 CEO와 부사장 전무 등 간부급으로 들어가면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2016년 말 삼성그룹 48개 CEO 출신지를 보면 서울 20, 영남 14, 충청 6, 강원 4, 경기인천 3, 미확인 1이다. 호남출신이 하나도 없다. 오죽해야 대한민국에서는 “영남이 아니면 출세할 생각을 마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왔을까.
충청이 뿌리인 한화그룹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2월 데이터뉴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그룹 19개 주요 계열사의 임원 출신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사장 이상 임원은 총 21명(오너 일가 제외)이고 이중 충청 출신은 1명(4.8%)에 그친다.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서울(10명)과 영남(8명) 출신이 85.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강원, 경기인천은 각각 1명씩이었다. 기업생존은 CEO와 조직원의 능력에 달렸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정권 실세들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도 설득력 있다.
일각에서는 영남인구가 많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1925년 일제는 조선의 인구조사를 단행했다. 당시 조선의 전체 인구는 1,952만 명이었다. 그중 경기도 210만, 강원도 133만, 충북 84만, 충남 128만, 전북 137만, 전남 216만, 경북 233만, 경남 201만, 황해도 146만, 평북 146만, 평남 124만, 함북 63만, 함남 142만 명이었다. 영남과 호남의 인구 차이가 82만 명 정도다.
지금 영남의 인구가 많은 것은 한국전쟁과 과거 영남정권이 공업단지 등 일자리를 거의 모두 영남에 집중 배치한 결과다. 호남과 충청 강원 출신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 아니면 영남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었다.
실망감은 계속된다. 이러한 지역 편중 양상은 PK+호남 연합정권인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인사의 출신지역은 영남 6, 호남 4, 충청 3, 서울 3, 경기 2(인천포함)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남 6명 중 5명은 PK로 과거 TK 정권(이명박 박근혜) 때 TK중심의 인사에서 문대통령의 고향인 PK로 중심이동이 급격하게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권 수장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이후 정부와 금융 공공기관, 민간 협회와 시중은행 등 총 15명의 수장이 결정됐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출신은 1명에서 4명, 여당 기반인 호남 출신은 2명에서 6명으로 급증했다. 2013년에는 금융권 인사 15명 중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 인사가 4명이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350여개의 공기업 수장인사도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동서 갈등이 심한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프리카 잠비아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과거 조선은 세도정치와 파벌정치로 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데 이어 결국 나라를 통채로 일본에 갖다 바쳤다. 기업까지 정권풍향계에 따라 인사를 해서야 되겠는가?. 고향이 안 좋아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파벌정치와 지역감정의 결과는 전쟁만큼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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