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금융권에 불어 닥친 ‘금융지주 CEO 셀프 연임’ 논란에서 한발 비켜 있는 모양세다. 하지만 지배구조를 뜯어보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통제 하에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회장과 등기임원을 장악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은 신충식 초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관료 출신 인사가 맡아 왔다. 농협중앙회 출신인 신 전 회장은 선임된지 3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심지어 신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도 전에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후 선임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금융당국에서 오랜 기간 활약해 온 인물들이다. 제2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던 신동규 전 회장은 제14회 행정고시 합격자로 2002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 실장을 역임했고 임종룡 제3대 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 출신이다. 김용환 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거쳐 지난 2015년 4월에 선임됐다. 일각에서 농협금융을 금융권의 대표적인 '관피아 수용기업'으로 보는 이유이다.
농협금융지주 등기 임원 역시 7명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관계 출신 인사다. 현재 농협금융지주의 등기임원은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해 총 7명이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내 가장 대표적인 관피아 인사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에 입문한 김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 국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을 거쳐 지난 2015년 4월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상태다.
손상호·전홍렬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출신 임원이다. 손 사외이사는 1990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입사해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경영평가위원, 재정경제부 대외금융거래정보시시템 구축 자문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자체규제심사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06년 제4대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2008년 금융감독원 전략기획본부 본부장 부원장보로 선임된 바 있다.
전홍렬 사외이사 역시 재무부 행정주사보, 재정경제원서기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담당 과장 등을 거쳐 지난 2005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정벽욱 사외이사는 현직 변호사로 검사 출신이다. 제12회 사법시헙에 합격해 제5대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지청장, 대구고등검찰철 검사 등을 역임했다.
유남영 비상임이사는 현 정읍농협 조합장으로 농협금융지주 등기임원 가운데 유일한 정계 출신 인사다. 1995년 제2대 정읍시의회 시의원으로 활동했던 유 비상임이사는 1996년 제10대 정읍농협 조합장에 선임된 이후 5선에 성공하면서 현재까지 약 11년간 조합장직을 역임해 오고 있다.
현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인 민상기 사외이사는 정·관계 출신 인사는 아니지만 학계에서 활동하며 국가기관 위원장으로 역임한 이력이 있다. 민 사외이사는 1977년부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기획재정부 금융발전심의의원회 위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맡아왔다.
농협금융지주 등기임원 가운데 자사출신은 오병관 사내이사가 유일하다. 현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인 오 사내이사는 1986년 농협중앙회로 입사해 농협중앙회 금융구조개편부장,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정·관계 출신 인사가 농협금융지주 핵심 요직을 꿰차고 있는 것이 농협중앙회의 입김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농협 신경분리 당시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해 출범시킨 지주사다. 때문에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출시 농협중앙회에서 추천한 1명을 포함해 사외이사 2명, 이사회 추천 외부 전문가 2명 등 5명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5명 중 4명이 찬성해야 차기 회장 선임이 가능한테 여기에 농협중앙회 추천 인사가 포함돼 있는 셈이다.
게다가 농협금융지주는 매년 농협중앙회에 수천억 원의 명칭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상태다. 명칭사용료는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 또는 영업수익의 2.5% 이내로 산정된다. 올해 농협금융지주가 중앙회에 지불할 명칭사용료는 362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이미 ‘관피아 수용기업’으로 불리며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6월 이준원 전 농림식품부 차관을 공직 퇴임 2주 만에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08년 이후 농림식품부 고위직 퇴직자 5명을 채용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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