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이 다시 큰 베팅에 나섰다. G마켓 인수 이후 이커머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AI 데이터센터로 방향을 틀었다.
30일 데이터뉴스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신세계그룹은 지난 16일 미국 AI 스타트업인 리플렉션 AI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인 250MW급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총 10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1년 G마켓 인수 당시 투입한 3조4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과거 투자 성과다. 신세계그룹이 공들여 키운 이커머스 사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SG닷컴은 2023년 영업손실 1030억 원에서 2024년 727억 원으로 줄었지만, 2025년 다시 1178억 원으로 확대되며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G마켓 역시 2023년 320억 원 적자에서 2024년 674억 원, 2025년 834억 원으로 손실 규모가 커지는 흐름을 보였다. 매출도 동반 감소하며 두 플랫폼 모두 외형과 수익성 측면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회장이 선택한 해법은 ‘탈유통’에 가깝다.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AI 인프라 사업에 진출하고, 클라우드와 AI 솔루션까지 확장하는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유통에 AI를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의 축 자체를 옮기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는 아마존의 성장 경로와도 닮아 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에서 출발했지만 클라우드 사업인 AWS를 통해 수익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신세계 역시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유통업의 낮은 마진 구조를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대규모 투자 부담에 더해 파트너사의 실행 경험도 변수로 꼽힌다. 리플렉션 AI는 2024년 설립된 초기 단계 기업으로 AI 모델과 GPU 인프라 설계 역량은 갖췄지만,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운영한 경험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프라 사업 특성상 전력·냉각·운영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시행착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KT 등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투자의 본질은 유통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승부수다. G마켓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선택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장바구니’에서 ‘데이터센터’로 무대를 옮긴 정용진 회장의 다음 승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