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소비 읽어 ‘최적의 카드’ 골라준다…카드사 ‘초개인화’ 경쟁

신한·국민·하나·비씨 등, 전월 실적·할인 한도·제외 조건까지 계산해 큐레이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AI가 내 소비 읽어 ‘최적의 카드’ 골라준다…카드사 ‘초개인화’ 경쟁

“이번 달에는 배달앱과 편의점 지출이 많으니, 이 신용카드가 유리합니다.”

카드 앱을 열면 이런 식의 메시지가 먼저 뜨는 일이 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 카드사의 인공지능(AI)이 개별 소비자의 △전월 실적, △할인 한도, △적용 제외 조건, △연회비 등을 계산하고, 실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따져 카드를 추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카드업계의 AI 경쟁은 과거 ‘얼마나 똑똑하게 답변하느냐’에서, 이제 ‘얼마나 정확하게 골라주느냐’로 이동중이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각사가 이 분야에 공을 들이는 것은 카드 상품의 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소비를 하더라도 전월 이용 실적을 채웠는지, 특정 가맹점이 할인 대상인지, 월 할인 한도를 소진했는지, 상품권이나 세금 등 제외 항목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실제 혜택이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일부 카드는, 전월 이용금액 구간에 따라 월 통합 적립·할인 한도가 변한다. 할인 대상에서 세금·공과금·카드론·연회비 등 다양한 항목이 제외되기도 한다.

사람이 카드 수십 장의 약관을 일일이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AI는 고객의 과거 결제 데이터를 상품 조건과 대조해 계산할 수 있다. 카드업계가 AI를 활용한 ‘카드 큐레이션’에 주목하는 이유다.

신한카드, 소비 데이터에서 ‘자율 추천’으로
신한카드는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초개인화 전략에 가장 적극적인 카드사 가운데 하나다.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업종과 시간대, 결제 금액, 가맹점 등을 분석해, 개인별 혜택을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엘지 씨엔에스·엘지 AI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에 나서, 개인화 검색과 추천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 상용화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신한카드는 고객 3100만명의 소비 데이터를 AI와 결합하려 한다.

현재 신한카드 홈페이지의 ‘내게 맞는 카드 찾기’도 고객이 원하는 혜택 유형과 이용 영역, 연회비 등을 선택해 적합한 카드를 찾도록 구성돼 있다. 외식·배달·편의점, 쇼핑·주유·생활, 공과금·디지털 구독, 여행·공항라운지 등 소비 목적에 따라 카드를 고를 수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신한카드는 전월 실적과 할인 한도, 예외 조건까지 반영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판단하는 A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카드, 이미 ‘AI 추천카드’ 운영
케이비(KB)국민카드는 이 경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실사용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홈페이지에 ‘AI 추천카드’ 서비스를 별도로 운영중이다. 로그인하면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맞춤카드를 추천받을 수 있다. 특히, 성·연령·월별 소비금액·신용 또는 체크카드·연회비·브랜드·혜택 유형 등을 조합해 카드를 고를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는 카드 추천이 그간의 ‘인기 카드’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개인의 소비 규모와 성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카드, ‘내 소비에 따라 변하는 카드’
하나카드는 카드 자체를 소비자의 상황에 맞춰 바꾸는 방향으로 AI·데이터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빙카드’다. 하나의 카드에 올 데이·온라인·플레이·라이프·글로벌 등 여러 모드를 제공해, 고객이 자신의 소비 목적에 따라 혜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출시된 무빙카드 온라인모드는 AI 구독, 디지털 구독, 택시, 커피·패스트푸드 등에 50% 하나머니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AI 구독에는 챗지피티·클로드·펄플렉시티 등이 포함되며 월 적립 한도도 별도로 설정돼 있다.

하나카드는 방대한 카드 데이터를 활용한 타깃팅 역량도 갖추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데이터 사업 자료에 따르면 회원 데이터, 연간 18억건의 결제 건수, 300만개 가맹점, 4800개 결제 품목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별 선호를 분석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하나카드의 AI 추천이 “이 카드가 좋다”는 방식을 넘어, “현재 당신의 소비에는 이 모드가 유리하다”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롯데카드, ‘카드+유통 데이터’가 무기
롯데카드는 다른 카드사와 차별화되는 데이터 자산을 갖고 있다. 카드 결제 데이터와 롯데그룹의 유통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카드는 디지로카 앱에서 AI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 ‘큐핏’을 운영해왔다. 큐핏은 고객의 카드 결제 데이터와 롯데멤버스의 품목별 선호 지수, 브랜드 이용 정보 등을 결합해 고객이 어떤 상품과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분석한다. 여기에 향후 2개월간 고객 소비를 예측하는 선호예측모델을 활용한다. 최근 개편된 디지로카는 고객의 취향과 앱 사용 패턴을 실시간 감지해 관심사 콘텐츠와 상품, 혜택 등을 추천하도록 설계됐다.

롯데카드 AI 추천은 카드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카드를 쓸 것인가’에서 ‘무엇을 살 것인가’까지 고객의 소비 여정 전체를 AI가 큐레이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는 AI 기반 생활금융·쇼핑 플랫폼으로 변신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사들이 AI에 매달리는 이유는?
국내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만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 효율을 높이고 고객당 수익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AI 카드 추천이 이를 위한 방법으로 기대를 모이고 있다.

고객이 카드 한 장을 추가로 발급받으면 카드사는 결제액을 늘릴 수 있다. 고객이 자신의 소비에 가장 적합한 카드를 추천받았다고 느끼면, 앱 이용 빈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결국 AI 추천 → 카드 발급 → 결제 증가 → 데이터 축적 → 더 정교한 추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카드사들의 목표다.

문제는 추천의 객관성이다. 현재 각 카드사가 운영하는 AI 추천 서비스의 상당수는 기본적으로 자사 상품을 중심으로 한다. AI가 “당신에게 가장 좋은 카드”라고 말하더라도 그것이 국내 전체 카드 상품 가운데 가장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A카드사의 AI가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카드로 A사의 상품을 추천한다면, 그 AI는 B·C·D카드사의 상품을 비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AI가 앞으로 카드 추천을 넘어 금융상품 가입까지 연결한다면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추천 AI’에서 ‘결제 AI’로
카드사 AI활용의 궁극적인 목표는 카드 추천이 아닐 것으로 금융권은 생각하고 있다. AI가 고객의 소비 목적을 이해하고 상품을 검색한 뒤 가장 유리한 카드 혜택을 자동으로 적용하고, 결제까지 실행하는 에이전트 커머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고객이 “다음 달 제주도 여행에 가장 저렴하게 다녀오고 싶다”고 말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AI는 항공권과 숙박을 찾고 고객이 가진 카드와 할인 혜택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결제수단을 선택한 뒤 예약·결제까지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카드사의 경쟁력은 더 이상 ‘좋은 카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머물지 않는다. 고객의 소비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얼마나 많은 혜택을 계산하며, AI가 실제 거래를 얼마나 안전하게 실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내 대신 가장 유리한 결제’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해진 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중요한 변화는 ‘카드 추천’의 주체가 카드사에서 독립적인 AI 에이전트로 이동할 가능성이다. 여러 카드사의 상품을 동시에 비교하는 독립 AI가 등장하면, 카드사들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쟁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들은 AI가 선택하고 싶은 카드 상품·결제 인프라를 만드는 경쟁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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