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디지털부서’ 간판 떼고 AI 조직으로

KB·신한·하나·우리·농협, AX 컨트롤타워 구축…“AI가 일하고, 사람은 판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금융사들, ‘디지털부서’ 간판 떼고 AI 조직으로

금융권의 인공지능 전환(AX)이 ‘디지털부서의 인공지능(AI) 업무 추가’를 넘어, 전사 경영전략과 조직 자체를 AI 중심으로 바꾸는 단계로 들어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존 디지털전략·디지털혁신 부서는 AI·데이터·업무혁신을 아우르는 전담조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예 지주사 차원의 AX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금융사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활용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조직 구성원’처럼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실험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투자증권의 ‘AI 에이전트부’다. 

지난달 출범한 이 조직은 AI만으로 구성된 독립부서다. 팀장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 1개와 담당 에이전트 3개로 구성됐다. 팀장 에이전트는 업무를 배분하고, 담당 에이전트들이 조사·분석·자료 작성 등을 나눠 수행한다. 다만 최종 판단과 결과 검토는 사람이 맡는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를 국내 금융사 최초의 AI 에이전트 독립부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권 AX 경쟁의 성격은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에서, 이제 ‘AI를 조직 안에서 얼마나 빨리 실제 업무로 전환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KB금융…전략과 AI를 한 조직으로
케이비(KB)금융그룹은 AX를 그룹 경영전략의 한복판에 배치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기존 전략담당과 AI·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본부를 통합해 미래전략부문을 신설했다. 경영전략과 AI·디지털 혁신을 별개로 보지 않고, 하나의 전략 체계 안에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미래전략부문 산하에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부, 금융AI1센터, 금융AI2센터, 데이터기획부, 고객경험 디자인센터, 디지털콘텐츠센터 등이 배치됐다. KB는 AI를 직원용 챗봇이 아니라 ‘AI 동료’로 만드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프라이빗 뱅크 등 영업현장에 AI 에이전트를 투입하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KB AI 데브(Dev)센터’를 출범시켜 AI가 금융서비스의 기획·개발·테스트 과정에 참여하는 새로운 개발체계를 구축했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AI가 설계와 개발, 검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KB금융의 변화에서 주목할 점은 AI 조직의 역할이 ‘AI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에서 ‘현업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조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조직 전체를 ‘AI 네이티브’로
신한금융그룹은 ‘AI 네이티브 컴퍼니’를 전면에 내걸었다. 그룹 AX·디지털부문 아래 AX추진센터를 두고 그룹 차원의 전략과 계열사 확산을 지원하는 한편, 신한은행에는 AX혁신그룹을 설치했다.

신한금융의 특징은 현업 부서가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업무에 적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1부서 2에이전트’ 전략을 통해, 모든 부서가 자신의 핵심 업무와 연결된 AI 에이전트를 발굴하도록 하고 있다. AI를 정보기술(IT)부서가 독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현업이 문제를 정의하고 AI 조직이 기술과 거버넌스를 지원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계열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AI 상담지원 시스템과 임직원용 생성형 AI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라이프 역시 AI 코딩 어시스턴트와 AI 상담 설계 시스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AI 프라이빗 뱅크 등을 선보인데 이어 AI 에이전트부까지 출범시키면서 AX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AI를 ‘사용하는 조직’에서 AI가 ‘일하는 조직’으로 넘어가는 실험이다.

하나금융…AI를 신사업·데이터·기술로 내재화
하나금융그룹은 AI를 디지털 업무의 하위 개념으로 두기보다, 미래 성장전략과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나금융은 ‘신사업·미래가치부문’을 중심으로 신사업·디지털, 소비자보호, 이에스지(ESG) 등을 묶었다. 

하나은행은 기존 디지털혁신그룹을 AI디지털혁신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AI 기술 자체를 내재화하려는 장기 투자로 해석된다.

2018년 설립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에는 석·박사급 AI 전문가들이 포진해 금융 특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체 신용평가모형, AI 퀀트, 자연어처리, 금융문서 분석 등 금융업에 특화된 AI 기술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업 신용평가 심사의견 생성 시스템을 통해 심사의견 작성 시간을 기존 30분 이상에서 약 10초 수준으로 줄이는 등 AI를 실제 여신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깊숙하게 집어넣고 있다. 하나금융은 ‘AI를 잘 쓰는 금융사’보다, ‘금융에 필요한 AI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금융사’라고 지향을 설명한다.

우리금융…‘답하는 AI에서, 해결하는 AI’로
우리금융그룹은 올해를 AX 확산의 원년으로 삼고 지주 차원의 AI전략센터를 중심으로 계열사 AI 조직을 묶고 있다. AI전략센터를 그룹 AX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활용한다.

우리은행은 △AI전략센터가 전략을 수립하고 △AI데이터사업부가 실행하며 △AI데이터플랫폼부가 인프라를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우리카드와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에도 별도의 AI 추진조직을 운영한다.

우리금융이 내세우는 방향은 명확하다. ‘묻고 답하는 AI’에서 ‘일하고 해결하는 AI’로의 전환이다. 기업여신, 기업금융 알엠(RM), 자산관리 등 핵심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투입해 단순 검색과 문서작성뿐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까지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의 AI 조직은 IT조직이라기보다 경영혁신 조직에 가까운 형태로 변하고 있다.

NH금융…‘에이전틱 AI 뱅크’가 목표
엔에이치(NH)농협금융그룹은 차세대 은행의 형태를 ‘에이전틱 AI 뱅크’로 규정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AI데이터부문을 중심으로 그룹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초 공식적으로 ‘에이전틱 AI 뱅크’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AI 에이전트 퍼스트’ 전략을 제시했다. 

농협금융의 구상은 생성형 AI보다 한 단계 더 나간다. 현재의 생성형 AI가 직원의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만들어주는 수준이라면, 에이전틱 AI는 고객 상황을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한 뒤 필요한 업무를 스스로 실행하는 AI다. 궁극적으로 AI가 고객의 금융 상황을 스스로 인지해 적절한 금융서비스를 제안하고 실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금융의 전략은 금융권 AX의 다음 단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시사한다. ‘AI를 쓰는 은행’에서 ‘AI가 일하는 은행’에 이어, ‘AI가 금융서비스를 실행하는 은행’으로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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